시로 여는 일상

유하 참새와 함께 걷는 숲길에서

생게사부르 2019. 4. 27. 08:42

참새와 함께 걷는 숲길에서

 

유하


바람이 낳은 달걀처럼
참새떼가 우르르 떨어져 내린
탱자나무 숲
기세 등등 내 뻗은 촘촘한 나무 가시
사이로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참새들은 무사통과한다

(그 무사통과를 위해
참새들은 얼마나 바람의 살결을
닮으려 애쓰는가)

기다란 탱자나무 숲
무성한 삶의 가시밭길을 뚫고
총총히 걸어가는 참새들의 행렬

(가시에 찔리지 않기 위해
참새들은 얼마나 가시의 마음을
닮으려 애쓰는가)

.....난 얼마나 생의 무사통과를
열망했는가.

 

 

 

   영화감독, 시인

 
1963년 2월 9일 (만 56세)전북 고창군
1988 문예중앙 등단
1989 시집 '무림일기' ' 세상의 모든 저녁' '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1990년 영화 '시인 구보씨의 하루' '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간다'

 

 

 

 

사진: 은빛 사진 이야기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택수 폭포  (0) 2019.04.29
비는 비린내/ 길상호  (0) 2019.04.28
허수경 라일락  (0) 2019.04.25
송찬호 구덩이  (0) 2019.04.24
김네잎 사구  (0) 2019.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