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그 집 마당에 핀 꽃/ 김두안

생게사부르 2019. 5. 2. 23:53

그 집 마당에 핀 꽃/ 김두안


 

그 집 마당에 핀 매화꽃을 보고 와
나는 몇 번 더
그 뒷모습을 훔쳐보고 와
열병 같은 꿈을 앓기도 하고

자꾸 머리속에 또박또박
돋아나는, 그 꽃
한 몇 백 년
어디쯤 두고 온
한 사람, 그 한 사람일 거란
생각이

낮이고
밤이고
정수리에 반점처럼 돋아나

나는 양지에 앉아
이마 깊이 뿌리내린 그 꽃,
찬찬히 들여다 보다
바람이라도 스치면
아무렴 나 혼자 이곳까지
왔겠나 싶지

그래도 이곳이 그곳이라면
그집 마당에 핀 그 꽃, 몇 번
봤으면 됐지

 

 

 

*     *     *

 

 

시 '그 여자네 집'과

' 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이 함께 조합된 분위기랄까

 

여성이 쓴 이 정도의 분위기 시로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니

의외로 잘 떠오르지 않는다.

허수경 시' 기차는 간다' ?

 

여성들이 로맨틱한 분위기 있는 시를 잘 쓸 것도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

 

요즘은 여성, 남성으로 나누는 발언은 성차별적일 수 있어서

사람나름이라 해야겠지만

 

비유를 하자면 일반적으로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정리하는 게

여성들이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여성보다 훨씬 깔끔한 남자를 만난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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