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와 함께 걷는 숲길에서
유하
바람이 낳은 달걀처럼
참새떼가 우르르 떨어져 내린
탱자나무 숲
기세 등등 내 뻗은 촘촘한 나무 가시
사이로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참새들은 무사통과한다
(그 무사통과를 위해
참새들은 얼마나 바람의 살결을
닮으려 애쓰는가)
기다란 탱자나무 숲
무성한 삶의 가시밭길을 뚫고
총총히 걸어가는 참새들의 행렬
(가시에 찔리지 않기 위해
참새들은 얼마나 가시의 마음을
닮으려 애쓰는가)
.....난 얼마나 생의 무사통과를
열망했는가.
영화감독, 시인
- 1963년 2월 9일 (만 56세), 전북 고창군
- 1988 문예중앙 등단
- 1989 시집 '무림일기' ' 세상의 모든 저녁' '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 1990년 영화 '시인 구보씨의 하루' '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간다'
사진: 은빛 사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