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민왕기 간절

생게사부르 2018. 8. 19. 15:10

민왕기


간절



뉴스는 간절곶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올라, 가거도에서 가
장 늦게 진다고 전한다

기다리던 소식은 늘 오지 않았거나 지나가 버렸고
홀가분한 방이 하나 있어서 난로에 물이나 끓이며 살고 싶
었다

무엇을 멀거니 기다리며

그저 황석어젓이거나 멸치젓같이 소금에 푹 절인 것이
간절이다, 간절이 아니다, 어근이나 어육을 생각해 보고
싶었다

간절을 간절 아닌 다른 말로 바꿔 써보다가,
수천 년간 말의 내력이 있어 간절은 오직 간절로만 간절
하다

그리하여 지금 간절곶의 해가 여기를 지나 가거도로 가고
있다는 말만으로도 슬퍼진다

그 말은 동쪽 사람들이 붙인 이름을 서쪽 사람들이 붙여
준 이름으로 달래고 있다는 말

동쪽이 전하는 엽편을 서쪽이 받아서 우는 종일이 있겠다
뉴스는 날씨를 전하고 간재미같이 짠 방에 물이 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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