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왕기
이틀
하루는 섭하니 이틀은 묵어가라, 고 당신은 말하고 나는
그러마,고 답하리
첫 밤은 객으로 만난 사랑 다음 밤은 연이 된 이별
그 밤의 긴 사연들 아흐레 밤께 꿈으로 와 평생이 되리
멀리서 와 서로 귀한 손님이 된, 하루로는 못 잊을 길손들
의 잔치여
봄에 핀 꽃들 한 이틀 본 것 같은 아득, 하루를 산 듯한
섭섭한 이틀이여
* * *
하룻밤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말도 있고...
' 하루는 섭하니 이틀은 묵어가라' 는 우리네 정서
밥 한 술로는 정 없다며 꼭 한술을 더 보태는 행동을 지금도 하고 있다
먹을 것이 늘 부족하던 시절의 인심인데... 먹을 것이 넘쳐나는 지금까지도 몸에 밴 습관이다
이전 우리네 부모님들이 한 말들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어 내려 온 말들
다 인생 살아가던 지혜에서 나온 말이라 그릇됨이 없고 어긋남이 없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재해석 하고 적용 하느냐의 문제일 뿐
' 아는 것이 힘이다' ' 모르는 것이 약이다'처럼 서로 상충 할 때조차
제대로 알아서 도움이 되었으면 힘이고
어설프게 알아서 화를 자초하거나' 반 풍수 집안 망하는 꼴'이 되면 차라리 모르는게 약이다
' 모르는게 약? '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는데 안 봐서 약인게 있다
현미경으로 잎맥은 본 적 있지만 평생 세균은 들여다 본 적이 없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예민한 성격에 눈으로도 보이지 않는 작은 세균들을 확대해서 봤더라면 필시 음식먹는데 방해를 받았을 것이다
행주니 도마를 매일 소독 해야하는 노이로제 상태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수도 있고
특히 여름에 자주 먹는 냉면이나 밀면 같은 거 먹을 엄두를 못 냈을 수도 있다.
어차피 세상이 무균 상태가 아닌 이상, 일상생활을 하면서 적절한 세균에는 견딜수 있는 저항력
혹은 면역력을 기르는게 우선이라는 생각....
그나저나 1978년 생 마흔 줄의 이 시인의 작품이 얼마나 조곤조곤한지...놀랍다
표현이나 정서가 훨씬 더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 처럼 여겨지지만
시인의 목소리가 정겨운 건 사실이다
대표작 ' 아늑' 은 아직 올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