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강미정 모든 꽃은 흔들리며 뿌리로 간다

생게사부르 2018. 8. 22. 20:37

강미정


모든 꽃은 흔들리며 뿌리로 간다


봄비를 받아내고 있는 작은 제비꽃의 흔들림은
꽃을 들여다 보기 위해 쪼그리고 앉던

당신의 등처럼 외롭고 넓다는 것

그러므로 꽃 피어 흔들리는 세상의 모든 꽃

흔들리지 않으려고 땅을 움켜 쥔

고단한 뿌리의 일그러진 얼굴이라는 것,

 

그러나 흔들림이여,

제 필생이 가진 파란만장의 중심을

꿰 뚫고 흔들어야

흔들림이라 이름 붙일 수 있지 않겠는가

 

작은 제비꽃 한 포기가 필생을 흔들어

세상의 침묵위에 얹어놓은

저 파열하는 자줏빛 몸부림도

고단한 뿌리가 가졌던 얼굴이었음을

 

뿌리가 더듬고 나간 그 처음의 길에서

모든 흔들림은 오직 제가 가진 경계의 폭으로

흔들린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시 제 필생을 흔들어 깨운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흔들리는 모든 꽃은 뿌리에게로 간다

맨 처음에게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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