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고영민 빌려울다

생게사부르 2018. 8. 17. 15:08

고영민


빌려 울다


바위는 어떻게 우는가
자귀나무는
배롱꽃은
불볕에 달구어진 너럭바위가
소나기를 만나 벌컥벌컥 물을 들이키고 있었다
어젯밤에는 잠든 사이
양철지붕을 빌려
비가 한참을 울다 갔다
애가 울면 아내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젖을 꺼낸다
나는 여태껏
매미가 우는 줄 알았다
나무가 매미의 몸을 빌려 울고 있었다
울음이 다하면
얼른 다른 나무 그늘에 붙어
대신 또 몸으로
울어주고 있었다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왕기 간절  (0) 2018.08.19
민왕기 이틀  (0) 2018.08.18
박준 환절기  (0) 2018.08.16
곁 민왕기  (0) 2018.08.14
이수명 최근에 나는  (0) 2018.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