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어진 식탁 위의 풀밭

생게사부르 2018. 8. 24. 21:09

이어진


 

식탁 위의 풀밭


오후엔 풀밭 위에 앉아 식사를 한다 이것 좀 더 먹어 너는 접시 위에 꽃잎을 올려놓는다 아카시아 무성한 숲에서 비릿한 입 냄새가 몰려온다 이런 냄새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아 너는 고개를 끄덕인다 멀리서 먹구름이 후드득 떨어지고 너는 다시 아카시아 향기를 접시 위에 올려놓는다 이런, 이런 꽃냄새가 흘러넘치고 있군 조바심 나는 계절처럼 너는 꽃잎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다 생명선에 이상은 없는지 손바닥의 언덕이 웃는다 손금의 지평선에는 음식 걱정은 없을 듯 한데 깊은 눈매로 바람을 긁어모으는 손가락에선 지난 계절의 빚 냄새가 난다 풀밭 위에 앉아 다리가 네 개였던 식탁 위의 봄을 생각한다 웃음을 곁들인 지난봄은 고기를 구우며 즐거워했다 하나만 더 먹어 너는 꽃잎 한쪽을 내 그릇 위에 올려놓으며 꽃냄새로 빚을 갚을 수 있는지 묻는다 산등성이에 매달려 있던 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진다 이런 냄새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아 우리는 풀밭 위에서 식사를 한다 꽃멀미가 이는지 두 눈에 꽃물 든다


*       *       *

 

 

자꾸 잘 못 읽었다. ' 풀밭 위의 식사' 로

마네의 작품이름이 그러하고 전경린 씨 소설 제목이 그러하

습관의 힘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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