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유홍준 시, 시교실

산청 학이재서 시 수업했어요

생게사부르 2018. 6. 25. 21:42

산청 학이재서 시 수업했어요



계절이 바뀌면 ' 시교실' 샘들...' 시는 안에 있네 ! 아니 바깥에 있네' 답 없지요
하여튼 나갈 기회만 있으면 나가고 싶어합니다

시 사부님께서 산청 학이재서 6월에 축제하더라고 다녀온 감상 쬐끔 얘기하셨는데
' 담주 거기 가서 수업 합시다' 일사천리로 합의... 국회도 이런 주제면 합의가 빨리 될까요?

 

 

 

 

학이재는 묵곡 함안(咸安) 이씨(李氏)들의 재실이었답니다.

건물이 140년 정도 되었는데 

증조 할아버지 유학자 혜산(惠山) 이상규(李祥奎)라는 성함을 가진분이 집안 자녀들 공부

 가르치기 시작해 차츰 이웃 아이들도 불러 모아 강의를 한 일종의 서당기능을 했습니다.

'학이재'라는 이름 역시 공자의 논어 첫 머리 '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아

' 배우고 익히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에서 따 왔고요

 

부농이라 자녀분들이 다들 공부를 많이 하셨던 모양입니다.

 그 당시 선구적 지식인들이 많이 그랬듯 사회주의 사상에 월북한 분도 있는지 근현대시기

조상들 얘기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 분위기가 다소 바뀌었음에도...이번 선거 보니 진주를 중심으로 한 서부경남은 아직 아닌것 같긴 합니다

 

1800년대 중반 이후 시작된 맑스, 엥겔스의 사회주의 사상은 러시아가 최초로 그 이론을 적용한 국가를 건설하였고

 많은 지식인들이 자본주의의 폐단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생각하여 1920년대 전 세계적으로 퍼졌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었고요

 

 

후손들이 다 타지로 떠나 건물이 방치되어 있은 탓에 건물자체도 내려 앉았을 뿐 아니라 주변이 온통 쓰레기

 처리장이 되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여기서 태어났다는 증손녀가 서울서 내려 와 오랫동안 비어 있던 집을 손질하고 주변 청소하는데

2년이 걸렸다네요. 그리고 자리가 잡히자 라벤더가 피는 6월에 가수를 부르고 공연을 하는 등'

학이제' 축제를 시작한지 4년째라 하고요.

 

그 분은 젊은 시절 프랑스에서 유학생활 하셨다고... 원래는 조각공부를 하셨답니다.

조각도 결국 한정된 공간에 전시하는 것이라 자연 그대로인 상태로 즐길 수 있는 것, 블루에 심취하게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던 라벤더 밭을 보고 매력을 느끼신 모양입니다

 

 이후 라벤더에 몰입하셨고 척박한 땅 잘 자라는 라벤더를 우여곡절 끝에 이 곳 산청에서

재배에 성공하셔서 라벤더 밭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연을 들었습니다.

 

 

 

 

한옥이지만 실내는 집에서 쓰던 가구와 벼룩시장 같은데서 사 모았던 소품들로 장식이 되어 있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하드(hard)는 전통한옥을 골격으로 필요에 따라 높낮이를 조절했고

콘텐츠나 soft는 요즘식이고 유럽식입니다.  

 

 

이미 학이재 찾기전에 인터넷서 블로거 등을 통해 주인장의 내력을  다 읽었습니다만...

본인 입으로 폐허처럼 방치 되었던 학이재가 현대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과정을 잘 들었습니다

 

아가씨 때 유럽 유학까지 하고도 보수적인 부모님 성화에 결혼하고 주부로서 아내로서 역할 하신다고

자기 하고 싶은 일 꾹꾹 억눌러 놨다가 터져 나온 열정이어서 열의가 대단하셨어요.

시 공부한다니 선뜻 안방 내 주시고, 요리 잘 못한다 하시면서 점심식사를 준비해 주셔서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좋아는 하지만 제가 할 수 없는 분야는 다른분들이 땀흘려 가꾸어 놓은데 찾아서 눈으로 즐기고

몸으로 체험하며 감각을 느끼고 그 분들의 열정과 진정성을 알아 주는 것,

 

 

 

 

 

하루 야외 수업은 그냥 '시깜'을 느끼는 것으로 끝나도 되는데, 차에서 내릴 선생님 흰종이 프린트 봤습니다.

굳이 ㅋㅋ....

 

주제는 여름에 관련된 시들이었는데... 공부하는 중에 시인 이름이 적히지 않은 작품이 있었습니다.

한 줄 읽자 다른 분들이 ' 누구 시? ' 하기 전 선생님 작품인 거 알았어요...' 딱 선생님 다운 ... 표가 났거든요

 

시 평론이나 예제시에서 선생님 작품 나오면 얼버무리고 대충 건너 뛰려하시지만 우리가 "확" 잡아채면 결국 ...

시 지을 당시 상황이나 시에 관한 내용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학이재 주변 모습입니다. 집 뒤로 대나무 숲이 있고, 입구에는 소나무 세 그루

라벤더 밭에는 일하시다 쉴 수 있도록 텐트가 쳐져 있어요

앞 쪽에는 천왕봉에서 흘러 내려오는 골짜기 물들이 모이는 경호강이 흐르고 있고요.

 

 

 

 

 

 

 

 

 

 

전작이 역사과인지라 건물보존을 위해 문화재 등록 해당하는 지 알아 보셨느냐고 또... 오지랍...

서류 준비할 게 너무 많고...전통적인 양식에 수리하면서 손을 대서 그렇다든가 자세히 못들었는데

바쁘신 듯 하여 다시 묻지 않았습니다.

 

 

 

 

 

 

 

 

 

 

 

 

샐러드와 비트밥에 간략식... 영양만 균형있게 갖추면 이렇게 소분된, 그릇 하나에 얹어 먹는 것 좋아합니다.

 

 

 

 

 막간을 이용해서 친구는 시 한편 건지나 봅니다

 

 

 

 

 

 

 

 

 축제기간동안 학이재서 내 놓은 라벤더 오일, 비누 외에 다른지역 공방에서 만든 물품도 판매를 합니다.

학이재 주인장이 유럽서 생활할 때 벼룩시장에서 산 악세사리나 장신구들도 판매하고 있고요

 

참, 정선희시인을 긴장하게 했던 잘 생긴 진돗개 한 마리가 집을 지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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