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유홍준 시, 시교실

유홍준 행운목

생게사부르 2018. 11. 7. 00:52

유홍준


행운목


행운은, 토막이라는 생각

행운은 ㅡ 고작
한 뼘 길이라는 생각

누군가 이제는 아주 끝장이라고
한 그루 삶의
밑동이며 가지를 잘라 내던졌을 때
행운은 거기에서 잎이 나고 싹이 나는 거라는 생각
잎이 나고 싹이 나는 걸
발견하는 거라는 생각
그리하여 울며 울며 그 나무를 다시 삶의 둑에 옮겨 심는
거라는 생각

행운은 ㅡ 집집마다
수반 위에 올려놓은 토막이라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