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그 여름의 정부미
나는 밥 속의 쌀벌레
돌을 가려 내면서 고픈 배를 채웠다
아무리 보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
밥 속의 쌀벌레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차츰 벌레에 적응해 갔다
벌레에 몸서리를 치면서
숟가락 가득 더 크게 밥을 떠서 우겨 넣었다
밥 보다 좀더 노란 애벌레를 퍼먹었다
쌀 안치던 어머니, 쌀 속의 벌레를
아무리 해도 다 가려내지 못했다
나는 벌레를 먹고 살았다
나는 훌륭한 벌레가 되기 위해
영어 단어를 외웠다 그해 여름
정부가 밥을 먹여주었다
벌레 먹여주었다
단칸방 구석에
누르팅팅한 정부미 자루 가족들
벌레처럼 뒤척일 때마다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났다
* * *
어제 저녁 한- 멕시코 축구 본다고 집집이 치맥 시켜 늦게까지 TV 앞에 앉아 계신분 많을 것 같다. 오늘이 일요일이라서 더...
마니아 들은 도시서 함게 시청 할수 있는 장소를 찾기도 해서 거리에 모여 뜨거운 열기를 모아 함께응원 하기도 했을 것이다
나는 평소에 12시 이전에 자면 4-5시에 깨는데다 오후에 동창 자녀 결혼식 참석으로 진해서 오후를 보내고
부랴부랴 식구들 저녁 챙기고 나니... 기다리다 잠이 쏟아져 무거운 눈꺼풀을 이기지 못했다
1시간만 자고 일어나 보겠다고 누웠는데 깨니 아침이다.
스포츠에 열광하지 못하는 내 응원이 빠져서인지... 선수들의 투혼에도 불구하고 1: 2로 졌다는 결과만 일어나자 마자
먼저 접했다. 좀 미안하다. 마음을 함께 모으지 못해서... 내가 생각해도 나는 스포츠와 과학영역, 경제부분에 좀 잼뱅이다
그러나 모든 걸 다 좋아하거나 모든 걸 다 잘 할수 없으니... 그 점을 인정하고 받아 들이는 것으로...
우리 세대들 중에도 도시에서 살았거나 햅쌀 사 먹을 형편이 되는 집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얼핏 이해가 어려울 얘기다
당장 50-70대까지 구성된 ' 시교실' 문우들도' 선생님은 우리보다 윗세대 같아요. 80대쯤 되는 분 얘기같다느니...
우선 쌀 벌레를 사진 찍을 일이 있었겠느냐고 먼저 생각 해 본다 어린 날 기억속에나 있었지...
최근에 봤다면 음식물 쓰레기 버린 수거통에서 간혹 꼬물거리는 걸 본 적이 있다.
식구가 작다보니 매일 비우지 못하고 특히 휴일이 끼어 한번 걸르게 되면 질척한 곳에 작은 벌레가 생겨난 걸 보기는 했다
자녀들이 듣기 싫어 하는 말 중에 ' 우리 어릴때는...' 하는 얘기도 그 중 하나이다
향수 같이 그런 얘기를 아이들에게 할라치면 ' 우리 부모님 세대는 그렇게 결핍되고 어렵게 살았던 시대구나' 하면서
' 아이구! 우리 엄마 아빠 어렵게 고생하면서 사셨네' 하고 알아 주거나 위로 해 주는 자녀가 있다면 잘 자란 자녀이다.
게다 한술 더 떠서 ' 이제 제가 호강시켜 드릴게요' 하는 자녀가 있다면 정말 골동품감인데...
오늘 40대 이상 실업이 40%가 넘니 어쩌니 하는 기사가 있었다. 성인인 자녀가 부모한테 얹혀 사는 경우가 허다하니
실제 부모께 효도하고 싶은 생각이 있더라도 현실적으로는 그러기 어려운 시절이다.
엄연히 살아가는 시대가 달라서 긍정적으로 느끼기 보다 ...그런 곤궁함에 대해 짜증스럽게 느끼거나 ' 그래서 뭐 어쩌라고요'
아니면, ' 정글의 법칙' 같은 프로에서 본 걸 떠 올리며 ' 고단백 드셨네요' 하기 십상이다.
원래 시는 체험을 재 구성하여 더 극단적으로 밀어부쳐 묘사하는 특징이 있으니 유 선생님 시도 일부 그런면이 있다 치더라도
또 그렇다고 없었던 얘기는 아니다.
국가의 변란에 대비하여 나라에서 창고에 묵혔던 쌀을 풀어 구호품으로 기초 수급자에게 주기도 했고 일반 쌀보다 가격이 좀
싼 값에 시중에 유통 시키기도 했으니 말이다
안남미(베트남)는 원래 쌀이 펄펄거리지만 우리 쌀은 기름기가 흘러 찰진 특징을 가졌는데 정부미는 기름기가 없어 퍼석했다
세상을 좀 산 어른들은 밥에서 벌레가 나와도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기겁을 했을터인데... 적응의 동물이라
자신으로서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은 어쩌겠는가 받아 들일 수 밖에...
그 어릴 적 기억때문에 성인이 되어서 오히려 비 합리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사실 지금 생각 해 보면 부자들이 먹었던, 그래서 그렇지 못했던 사람들의 소망이었던' 이밥'인 흰쌀밥 보다 혼식인 보리밥이
건강에 더 좋다는 식품영양학적인 상식에도 불구하고 어릴 적 먹은 거친 보리밥이 싫어서 흰쌀밥만 먹는다는 경우가
그러 할 것이다. 그런 건 일종의 심리적인 문제인데...
주변에 ' 소고기'를 안 먹는 분이 있었다 그분 사연인즉 어릴 적 딸 많은 집 귀한 아들이라 '소고기' 를 엄청 먹었는데...
그게 죽은 소를 잡은 거여서... 성인이 되어서 소고기를 먹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일제 징병으로 동남아에 가셨다가 일본 패망 후 걸어서 걸어서 오는 중에 산에서 채 익지도 않은 신포도를 따 먹었던 기억이
남아 시아버님은 포도를 먹지 않으셨다
그런 건 다 심리적으로 이루어진 ' 부적 상관물'인 탓에 어떤 계기가 있어 그 기억이 엷어지고 일종의 트라우마가 치유 되면
음식 기호가 고쳐지기도 하지만 ... 그렇지 않으면 평생 지속되기도 한다.
그런 건 환경에 의해 생긴 트라우마라 그 환경이 개선되면 자연치유로 정화가 될 수도 있고 일상 생활에서 지장이
있을 정도가 아니면 평생 가도 별 문제가 없다.
다만 본인 스스로 그마저도 고쳐 보겠다는 생각이 들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볼 수도 있다.
유샘은 ' 훌륭한 벌레'가 되기 위해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열심히 쓰시다가 시인이 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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