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희 실렌시오 실렌시오/ 김언희 침이 독이 되도록 침묵할 때, 입 속에서 침이 납처럼 끓을 때, 귀밑샘 가득 독이 차오를 때, 시커멈 입이 독으로 축축해질 때, 죽음을 향해 삐뚜름하게 미소지을 때 터질듯이 씨방이 부풀어 오를 때, 고막이 탱탱 울릴 때, 젖꼭지가 빳빳해질 때, 온몸의 숨구멍이 분화구.. 시로 여는 일상 2020.04.17
김혜순 인플루엔자 인플루엔자 / 김혜순 새라고 발음하면 내 몸에서 바람만 남고 물도 불도 흙도 다 사라지는 듯 그 이름 새는 새라는 이름의 질병인가 새는 종유석 같던 내 뼈에서 바람 소리가 나게 한다 날지 못하는 새들은 다 죽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죽일 새도 없으니 산 채로 자루에 넣어 구덩이에 파.. 시로 여는 일상 2020.03.08
제주, 오 설록 제주, 오 설록 딸은 스페인어 통번역 일과 차(Tea)사업을 주업으로 하며 생활한다. 멋부리는 일이나 술은 선택이지만 어디를 가든 먹어야하니 ' 맛'집과 ' 찻'집 방문은 필수랄까 이왕이면 괜찮은 ' 찻'집을 찾아가는 일은 딸로서는 일의 연장선에 있기도 하다. 맛있고 색다른 차와 다과를 찾아다니는 일이 자기 사업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일이라 순수한 의미에서 딸은 휴가도 일의 일부이다. 하지만 따라 다니며 부담없이 먹고 마셔 주면 되는 우리는 당사자와 달리 휴가를 즐기면 된다. 2017년에는 가족이 가서 만났고 거의 4년만에 한국을 방문하는 딸은 연말연시 가족 휴가를 제주도로 잡겠다며 일찌감치 예약된 비행기표를 메세지로 보내 왔다. 김포공항서 내려와야 하는 지 동생과 스케줄을 맞춘다고 한번 변경까지 했다. .. 개인적, 사적 일상 2020.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