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성윤석 쑥

생게사부르 2017. 2. 3. 08:18

쑥 / 성윤석


나는 창문 숭배자였다. 자취방이 철거되자,
작은 창문을 들고 나올 정도였다.

학교를 졸업하고 새로 얻은 집 창고에
넣어 두었던 그 작은 창문을

어느 날 뒷산으로 가 묻었다.
해마다 쑥이 돋는 자리였다.

목성의 기호는 ®
쑥은 목성의 정기를 주머니에 넣고
아주 센 향을
얻는다고 들었지만

다시 겨울이 가면
새로 솟을 쑥은 지난해 늙어
죽은 쑥과는 다를 거라 생각했다.

해마다 모두 내가 묻은 창을 닫고 나올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창문은 다시 땅 속에서
조금씩 열릴 거라고.

창에 비친 어둠의 깊이를 달고 나올 쑥들.

나오며 박수를 치고 나오지 않았을까.
지구를 지배하러 나오지 않았을까.

                - <시와사상> 2016.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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