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고양이/ 길상호
길 잃은 아기 고양이는
기타 속에 들어가 몸을 눕혔다.
끊어진 바람을 묶어 새벽이
다시 골목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현악기 속의 관악기가 야아옹
울음 밖의 음악이 야아옹
울림통이 깨진 기타와
눈만 살아서 두려운 고양이가 만나
서로의 악보 속 사라진 음표를
다시 그려 넣는 것인데,
늘어진 탯줄과 기타 줄을 엮어
이어가는 연주를 듣다가
음계를 잃어버린 골목의 계단도
조금씩 술렁이기 시작 했다
우리의 죄는 야옹
아침 창유리가 흐려지고
빗방울의 방이 하나둘 지어졌네
나는 세 마리 고양이를 데리고
오늘의 울음을 연습하다가
가장 착해 보이는 빗방울 속으로 들어가 앉았네
남몰래 길러온 발톱을 꺼내 놓고서
부드럽게 닳을 때까지
물벽에 각자의 기도문을 새겼네
들키고야 말 일을 미리 들킨 것처럼
페이지가 줄지 않는 고백을 했네
죄의 목록이 늘어 갈수록
물의 방은 조금씩 무거워져
흘러내리기 전에 또 다른 빗방울을 열어야 했네
서로를 할퀴며 꼬리를 부풀리던 날들,
아직 덜 아문 상처가 아린데
물의 혓바닥이 한번씩 핥고 가면
구름 낀 눈빛은 조금씩 맑아졌네
마지막 빗방울까지 흘려보내고 나서야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되어
일상으로 폴짝 내려 설 수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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