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행숙 1월 1일

생게사부르 2017. 1. 2. 07:37

1월 1일/ 김행숙

 

 

 

   공중으로 날아가는 풍선을 보면 신비롭습니다. 손바닥만 한 고

무풍선에 공기를 모으면 점점 부푸는 것, 점점 얇아지는 것......
꼭 잡고 있던 아이의 손을 놓치면 영영 잃어버리는 것......

 

   추운 겨울밤 손바닥을 오므려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길거리의 가난한 사람들이 지붕위로 둥둥 떠오를 거에요. 이

들은 언젠가부터 마음에 공기가 가득해진 사람들이었어요. 지붕

위에서 수레를 읽은 노점상과 지갑을 잃은 취객이 대화를 나누는

중이에요. 두 사람은 허공에서 잠시 얼어붙은 허깨비 같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도무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집으로 가는 길을 모르겠습니다."

 

  "형씨, 혹시 담배 가진 거 있습니까?" 추운 겨울밤 손바닥을

비벼서 불을 피울 수 있다면......

 

   우리는 저마다 기다란 불꽃 같을 거에요. 우리가 감추는 꼬리

처럼 공중으로 날아가는 재를 보면 오늘이 1월1일 같습니다. 작

년 이맘때도 꼭 이랬어요. 그날도 나는 길에서 처음 보는 사람에

게 구걸을 했어요. 아침에 본 거울처럼 그가 나를 슬프게 건너다

보고 있었어요.

 

 

- 문학동네. 2015. 봄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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