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유수연 애인

생게사부르 2017. 1. 3. 19:46

유수연


애인


애인은 여당을 찍고 왔고 나는 야당을 찍었다

서로의 이해는 아귀가 맞지 않았으므로 나는 왼손으로 문을 열고 너는 오른손으로 문을

닫는다

손을 잡으면 옮겨오는 불편을 참으며 나는 등을 돌리고 자고 너는 벽을 보며 자기를 원

했다

악몽을 꾸다 침대에서 깨어나면 나는 생각한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애인을 바라보며 우리의 꿈이 다르다는 것을

나는 수많은 악몽 중 하나였지만 금방 잊혀졌다

벽마다 액자가 걸렸던 흔적들이 피부병처럼 번진다 벽마다 뽑지 않은 굽은 못들이 벽을

견디고 있다

더는 넘길 게 없는 달력을 바라보며 너는 평화, 말하고 나는 자유, 말한다

우리의 입에는 답이 없다 우리는 안과 밖

벽을 넘어 다를게 없었다

나는 나를 견디고 너는 너를 견딘다

어둠과 한낮 속에서 침대에 누워 있었다 티브이를 끄지 않았으므로 뉴스가 나오고 있다



- 2017. 신춘문예당선작, 조선
  심사: 문정희, 정호승

 

작가: 1994. 강원도 춘천
        안양예고 졸업,

        명지대 문창과 3년 휴학, 육군 복무중


심사평: 오늘 날 한국시의 병폐- 소통과 결핍의 부재
현실적 삶과 동떨어진 비구체성, 환상과 몽상의 방법으로 인간의 고통을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언어적 태도,
개인의 자폐적 내면세계에 대한 지나친 산문적 천착으로 규정 할 때
시적 형성력의 구체성이 높은 작품임

 

 

     *      *      *

 

     심사자들 말대로 어렵지 않게 소통되는 시네요.

   

     신춘문예 응모하는 사람들은 누가 심사를 하는지 정보에 훤하겠지요?

     심사자에 따라 취향이 달라 질수 있는 가능성은 늘 존재할테고요.

     그러든 저러든 누가봐도 확실하게 시를 잘 쓰면 ...더 이상 좋을 수 없겠지요.

     

     예고 출신에 문창과니 전공자인 셈이고 군 복무중인 아직 앳된 젊은이네요.

 

제작년인가 경남신문 신춘문에 당선자 역시 휴가 나온 군인이었습니다.

그 당시 아들이 군대 복부 중이어서 더 감동이었습니다.

군 생활이 시절 따라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군대'는 군대일테니까요'

얼마나 좋았을까? 오늘의 당선자도 얼마나 좋을까?

 

'시인의 길'로 들어섬에 이마에 '화인'을 찍은 셈인가요?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시작일테지만 군 복무 잘 마무리하고 좋은 시인으로서 건필을 기대합니다.

 

     당선 소감에

 

 '마지막으로 제 시를 읽어 줄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드립니다.

당신이 오늘의 사람일지 내일의 사람일지 내가 죽은 후의 사람일지 모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것뿐입니다

 

그렇겠지요. 결국은 읽어 줄 독자...시가 시인의 손을 떠나면 시 자체로 독자와 교감하니

그 영역은 시인도 예측하기 어려 울 듯 싶습니다.

 

그래서 다수 시인들이 그러더군요

시 한편을 다 썼을 때가 아니라 독자에게 읽히는 그 순간 시가 완성되는 것이라는 얘기...

 

'신춘문예'의 존재의미에 대해 왈가왈부하지만 그래도 역시 1월이 작가들의 계절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남 몰래 숨어서, 오로지 혼자서만 해 내야하는 작업의 결과들이 확인되는 ...신춘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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