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석민재 빅풋, 세계일보

생게사부르 2017. 1. 7. 10:14

석민재


빅풋



군함처럼 큰 발을 끌고

아버지가 낭떠러지까지

오두막집을 밀고 갔다가

밀고 왔다가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스텝을 맞추며

말기 암, 엄마를 재우고 있다

죽음을 데리고 놀고 있다

죽을까 말까 죽어줄까 말까

엄마는 아빠를 놀리고 있다

아기처럼 엄마처럼

절벽 끝에서 놀고 있다

 

 

 

*      *      *

 

 

가족 여행 다녀 오느라 며칠 빠졌네요.

작년에 해보기 겸 연말 연시에 움직이니 가는 곳 마다 너무 복잡해서

그 기간 지나 4,5,6일로 잡아 다녀왔어요.

 

정동진, 대금굴, 오죽헌, 선교장, 하조대, 낙산사

내려 오는 길에 병산서원과 모처럼 안동 하회마을 을 다시 들러 봤습니다. 

 

원래는 설악산이 목표였는데 눈도 아닌 비가 내려서...

삼척, 동해, 속초 주변을 맴돌며 놀게 된 셈...그 중 대금굴이 환상적이었습니다.

 

블로거가 직업 같았으면 여행지까지 컴퓨터를 들고 다녀야 했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되니 좋았습니다.

여기 들르시는 분들도 맘 끌리면 읽고, 아니면 넘기시면서

다만 부담없이 즐기시길요.

 

 

*      *      *

 

 

저는 화요일 오전반이라 작가를 직접 알지는 못하지만

'유홍준 샘 늘 푸른 시인학교' 수요반 수강생이라고 하네요.

우선 축하부터 드립니다.

 

첫번째 제목 보고...'히말라야 설산'이 떠올랐고

그 다음으로는 오래 전에 본 조카애 신발이 떠 올랐습니다.

집안 가족이 모였을 때 고만고만하게 225 ~ 235(여성) 255~ 270(남성) 사이즈 속에 있던

군함 같았던 신발, 나중에 물어봤더니 295라고 했던 것 같아요.

 

 

두번째 느낌, 언어의 유희, 언어를 다루는 감각이 뛰어나네요.

시인이 되려는 사람들에게 매우 필수적인 조건인데 타고 나기도 할테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루어 나가는 작업이기도 할 것입니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이렇게 '왼발 오른발 스텝'을 밟으며 끌고 당기고

'죽을까 말까, 죽어줄까 말까' 라니

...언제쯤이면 죽음을 데리고 노는 수준에 다다를 수 있을지...

 

선생님 말씀으로는 '시를 쓰는데 주제가 뭐든 자기 검열없이 쓱쓱 거침없이 써 낸다'는 작가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해 보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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