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호
편지
나의 겨울에도 그대는 늘 피어 있습니다
어디선가 한 올씩 실타래 풀리는 소리 들려와
내다보니 조무래기 눈발 날리더군요
얼른 생각하기에는 처마 밑에서 떨고 있을
겨울 새는 어떻게 몸 녹일까 궁금해졌지만
마음 시리면 잔걱정 늘게 마련이지요
하다 못해 저 눈발도 마른자리 골라 쌓이는데
나는 멀리 있는 그대에 젖어 뒤척입니다
그러고 보니 월동준비 튼튼하다고 해서
겨우살이 따뜻한 게 아니더군요
해 바뀌면 산에 들에 다시 꽃 피는 거야
오랜 습관 바꿀 줄 모르는 자연법인데
그래도 무슨 꽃불 지필 일 있다고 노상
새 봄이 새 봄이 오면
기다림을 노래하는 사람들만 따뜻해 보였어요
생각 덮으려 끌어 당기는 이불 적막한
나의 겨울에도 그대는 늘 피어 있습니다
기다려봐야 내가 피워 낼 꽃은
천지사방 없는 봄인데, 그대는 여태 먼데
채 지나지 않은 세밑 달력이나 미리 찢어내고
오래 어이 없었어요 조무래기 눈발 그쳐도
실타래 푸는 소리 여전한 건
그대 향한 마음 한 올씩 풀어지기 때문인지요
* * *
올 해 마지막 포스팅으로 뽑은 시입니다.
잔잔합니다.
' 마음 시리면 잔걱정 는다'고 하니 따뜻한 겨울 보내시고
' 생각 덮으려 끌어 당기는 이불 적막하니' 생각도 정당히 번뇌에 빠지지 않는 새 해 되시기 바랍니다.
올 한해는 우리의 현실이 어떤 영화나 드라마를 압도할 만큼 박진감 있게 진행되었습니다
하여 우리역사에 길이 남을 한 해가 될 것입니다.
프랑스 대혁명은 전제군주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 루이 16세와 마리 앙트와네트'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면서
그 권위가 무너지고 시민사회가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이승만 독재를 종식시킨 3.15, 4.19 혁명
박정희 유신정권을 마무리 지은 김재규의 10.26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을 문민정부로 이행케 한 부마항쟁, 6.10 항쟁
올 해 광화문을 뜨겁게 달구고 아직도 진행형인 ' 촛불집회' 역시 ' 혁명'의 한 변형일 것입니다.
명색이 ' 민주공화국'임에도 청산되지 못한 친일 정권의 계속으로
그들이 끌어다 붙이는 '이어령 비어령'의 민주공화국이었네요.
개인적으로 ' 전교조교사' 였고' 전국 역사교사모임' ' 시민단체' 모임등에 관여 해 왔기에
특별히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대그때 사안으로 알고 있던 사건들이 종합적으로 맥락을 가지게 되었고,
'그럴 것이다' 고 알고 있던 사건들이 구체화 되었으며 알고 있었던 것 보다 더 '최악'이었음이 확인된 셈입니다.
실질적인 '민주공화국'으로 가는 한 과정일테지요 ' 국민주권, 주권재민' ' 삼권분립'등의
민주주의 이론이 실제로 실천될 한 계기라 생각 됩니다.
그렇습니다. 민주주의는 이론이 아니라 사소한 생활속에서의 실제입니다.
아직 그 결과가 마무리 된 것이 아니어서 인생공부 정치공부 역사공부 심리학 공부를 우리의 정치현실로
생생하게 체험했다고 스스로 위로만 하기엔 다소 웃프고 서글프기도 합니다.
또 흐르는 건 시간이고 사람들은 그자리 머물러 있기에... 또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잘 변하지 않기에
현실의 비정상적인 상황들이 얼마만큼 정상으로 돌아 올지 관심두고 살피고 있습니다
잔머리 쓰는 '잔내비 띠'라는 통상의 고전관념이 있지만 원숭이가 뭔 죄며
정유년 닭해에 이미 '닭이니 '정유(라, 연)'년이니 오염된 채 한 해가 시작되지만 그 기억 뜨겁게 되살려
지난 잘못을 반성하고 새롭게 나아가는 한 해가 될수도 있을 터
새해란 늘 그렇지만 ....제가 아시는 모든 분들, 대한민국의 살아 있는 양심과 지성인들이 있기에
희망을 갖는 새해 기대 해 봅니다.
올 한해 개인적으로도 작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시 공부를 본격 시작해 봤고, 아직 어설픈 신자이지만 영세를 받았습니다 (소화 데레사).
인생 6학년을 대비하는 저의 작은 변화였습니다만
결국 작은 것이 쌓여 한 인생도 만들고 한 역사도 만들어 내고 그럴 것입니다.
다양한 삶의 가치가 있지만 그래도 당장 눈앞의 현실에만 급급하지 않고 인문학적 소양에 관심을 가지고 문학이나 예술
특히 시와 음악, 그림 그리는 일에 묻혀 사는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행복한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이 블로그 찾으신 모든 분들 건강과 화목이 함께 하시는 새 해 정유년 되시길 기원합니다.
시와 음악 예술을 사랑하시는 분들, 분명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타인의 삶도 존중하는 분들
이실 것이라 확신하며 혹 그렇지 않더라도 모든 분들, 조건없이 있는 그대로 사랑합니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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