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정선희 돌이된 새, 조용한 춤판

생게사부르 2016. 12. 5. 00:47

정선희


조용한 춤판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떠난 아버지 어둠이 되어 찾아왔어 베

어낸 감나무 위에 앉은 아버지 뚬벙속을 더듬거리다가 지푸라

기 같은 어머니 불러내고 있어 2주일 굶은 귓속에만 들리는 목

소리로 불러내고 있어 아스라이 지워지는 목소리로 불러내고 있

어 저러다 영감 따라가고 말지 동네사람들이 굿을 하기로 했어

아버지 49재 지낸 절에서 굿을 벌였어

 

 

작은 옹달샘을 감춘 들판이

어머니를 꽂아놓고 때리기 시작했네

물에 씻은 싸리빗자루로 때리기 시작했네 

깻단을 후려치듯 몸에 붙은 아버지 털어내기 시작했네

한사코 달라붙는 아버지 패대기치기 시작했네

혼자가기 싫은 아버지 울면서 목어를 흔드네

갈 길 먼 아버지 탑돌이를 하며 중얼거리네

 

 

울지마시게

울지 마시게

장례식장에서도 울지 않은 어머니

두들겨 맞고서야 우네

맞은 자리 아파서 울고

서러워서 울고

울다가 울음보 터진 어머니

악악거리며 우네

 

 

한바탕 잘 울고 난 어머니

거짓말처럼 환해진 얼굴

더 이상 슬픔은 앉을데가 없어

몸에서 떨어져 나온 부우연 것들이

머뭇거리며 떠나가던 날들이 있었네

 

 

 

돌이 된 새

 

 

 

거제 학동 몽돌밭에 가면

새들이 굴러다니지

바람이 불면 우루루루

물속으로 몰려가는 새들

새들은 서로 몸을 부딪치며 놀지

차르르 차르르 수다를 떨면서 놀지

물가에서 노느라

붉은 색이 쳐들어오는지도 모르는 새들

나는 것을 잊어버리고

오종종종 뛰어 다니는 새들

 

 

바닷가에 가면

꼭 새를 날리는 사람들이 있지

제 안에 있는 새를 날리고

돌멩이 하나 주워오는 사람이 있어

 

 

내 호주머니에도 살고 있는

새 한마리

언젠가는 풀어 줘야 할

새 한마리

 

 

비가 올 때

바다가 시끄러운 건

내가 감춘 그 새 때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