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정선희 천리와 만리

생게사부르 2016. 12. 4. 17:27

정선희


천리와 만리



오른쪽에는 천리
왼쪽에는 만리

천리와 만리 사이에 서 있다

눈 앞에 있는 천리
등 뒤에 있는 만리

가까이 두고도 못 만나는 천리
지척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만리

눈 앞에서 손이 사라지고
코 앞에서 길이 끊어지고

오른쪽에는 천리
왼쪽에는 만리

턱을 고이면 생각나는 거리
눈을 감으면 잡히는 거리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를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할 때
천리와 만리 사이에 서게된다

이렇게 살아도 될까?
회의가 밀려올 때 만나는 천리
어떤 게 진짜 나인가?
의심스러워 질 때면 만나게 되는 만리

안다고 생각했는데 더욱 모르는 천리
가까운 사이가 가장 먼 만리
천리와 만리 사이에 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