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삼
시인학교詩人學校
공고公告
오늘 강사진講師陳
음악 부문部門
모리스 라벨
미술 부문部門
폴 세잔느
시 부문部門
에즈라 파운드
모두
결강缺講
김관식金冠植, 쌍놈의 새끼라고 소리지름,지참持參한 막걸리를 먹음,
교실내敎室內에 쌓인 두터운 먼지가 다정스러움.
김소월金素月
김수영金洙暎 휴학계休學屆
전봉래全鳳來
김종삼金宗三은 한 귀퉁이에서 조심스럽게 소주를 나눔. 브란덴브르그 협주곡 제5번을 기다리고 있음.
교사校舍.
아름다운 레바논 골짜기에 있음.
* * *
옛날이나 지금이나 시인학교란 '학교'란 정형의 틀에서 보면 통제불능이다.
강사가 결강을 해도, 학생이 재학을 하든 휴학을 하든 별 문제가 안되고,
먼지가 수북한 교실에 막걸리를 지참한 학생도 있다.
(서정주 시인의 동서 김관식 시인은 술에 얽힌 얘기는 물론 여러 기행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다)
현실에 발목 잡히지 않는 영혼의 자유로움을 누리는 사람들,
하긴 '굳이 시인이 학교가 필요할까?' 싶기도 하지만
많은 시인학교가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팍팍한 자본의 시대에 참으로 '무용'해서 '유용'하다는 말이 궤변같은... 詩
시는 사람이 쓰고, ' 그러한 시를 쓰는 그 사람을 알고 교류하는 일'
우리 이전에 인간이 살아오면서 만들어 온 지성과 서정의 결정들을 접하는 일,
모리스 라벨, , 폴 세잔느, 에즈라 파운드 강사진이 결강해도 아무 문제가 없고
그 자리를 다른 음악가, 화가, 시인이 채워도 아무 문제가 없으며
요즘은 그에 더하여 종합예술인 영화도 중요한 교재가 된다.
하긴 시인에게 교재가 되는 건 형이상학만이 아니다
인간범주에 속하는 시인이기에 더 많이는 일상, 의식주와 그에 관련한 사물들
인간의 삶과 관련한 이 세상 모든게 시인에게는 교재다
교사校舍는 아름다운 레바논 골짜기에 있단다.
'시인의 교실'은 장소 역시 공간적인 문제가 아닐 것이다
우리 역시, 한 여름 뒷산 둥근나무 밑에 올라 가기도 하고
수업 후, 보리밥, 추어탕, 칼국수를 함께 먹으며 사람사는 얘기를 나누고
남계서원, 거창과 함양에 걸쳐있는 용추폭포를 다녀오고
응석사 떨어진 은행잎을 보러 가는 것으로 수업을 대신하기도 한다
이번 주는 김종삼의 ' 시인학교'와 황지우시인의 ' 일요일 내내, TV를 禪하다'를 읽고
해설을 보았고, 회원이 가져온 시에 대한 감상과 느낌을 나누었다 (배우는 과정이니 주로 깨진다)
그보다 더 즐거웠던 건 수업을 다녀오고 나서 이틀정도였다.
하우스 농사를 지으시는 분이 가져 와 나눠 준 '꽈리고추'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가져 간 꽈리고추를 요리한 음식을 카톡방에 올리기 시작하여
졸지에 '요리교실'이 되었다.
오징어와 볶은 꽈리, 멸치에 무친 꽈리, 간장에 조린 꽈리, 고추장과 섞인 꽈리
밀가루에 무쳐 찐 꽈리...
이제껏 시로서는 그렇게 반향이 좋았던 , 너도나도 과제를 해서 올린 경우가 없었다.
교사인 유홍준 샘은 수강생들의 詩作이 저조하고 향상이 드뎌서 불만이실지 모르지만
(대다수 나이가 많은 여성 수강자로 이루어짐)수강생들이 즐겁다면야...
짝퉁 시인학교?
설마 그럴리야, ' 푸른 시인학교'지만 '수준별 시인학교' 정도 부르면 안 되겠나?
이름이야 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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