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규리 흰 모습

생게사부르 2016. 11. 29. 16:07

이규리


흰 모습




눈송이 뭉쳐 가만히 들여다보면
설핏 무슨 기미가 어른거린다
너무 흰 것엔 그늘이 있지
보호막 같은 그늘

흰밥, 흰 고무신, 힌 상복, 흰 목련
모든 빛을 다 반사하므로 얻는다는
흰색은 사실 비어 있는 색
누군가 떠난 그늘의 색

눈뭉쳐 등허리에 쑥 집어 넣을 때
소스라치던 냉기는
눈의 그늘었을까
눈물 그렁한 사람이 볼수 있는
어쩌면 없는 짜안한 모습

서둘러 떠나는 사람을 더 오래 기억하듯
눈은 오래 머물지 않아서 그립고
그리움은 만질수 없어서 멀다
만지면 없어지는 사람을
누가 미워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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