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규리 살얼음

생게사부르 2016. 11. 26. 21:14

이규리


살얼음




한 순간에 딱 멈췄다 밤 사이
누가 강물에 커다란 비닐 랩을 덮어 놓았나
얇은 막이
파닥이던 물결을 일거에 재웠다
고요의 한판승,
물위에 거꾸로 박히던 나무들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물인가 하면 물이 아니고
얼음인가 하면 온전히 얼음도 아닌
투명한 날
박빙의 승부란 말도 있듯이
꽝꽝 언 얼음보다 더 무서운
엷은 저 두께,
아무도 얼씬 못한다
얕은 풋잠도 꿈은 깊으리라
살엄음 덮이자 오랜만에 천장이 생긴
물고기와 물풀,
금호강 휘하 한 식솔들이
종일 말문을 꽉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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