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규리 꽃

생게사부르 2016. 11. 28. 07:58

이규리





돌확에 띄웠다가 시든 국화 건져낸다
꽃이 꽃을 버릴때는 한치 가차도 없어서
그 독한 냄새란
입양 보내는 어미 정 떼는 눈길만큼 매섭다
시커멓게 상한 꽃잎은
돌아서는 어미 눈가처럼 짓물러 있지만
꽃이 떠난 돌확의 퀭한 눈도 그만큼 젖거나 어둡다
보내고 떠나는 자리는
봉합수술 한 흔적처럼 없는 듯 남아
하릴 없이 옆구리가 결리기도 한다
마음 준 자리마다 피운 게 꽃이라면,
꽃!
눈에 밟히지 마라
끝없다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규리 흰 모습  (0) 2016.11.29
정선희 뱀을 신다  (0) 2016.11.29
이규리 살얼음  (0) 2016.11.26
길상호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0) 2016.11.25
유강희 정미소처럼 늙어라  (0) 2016.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