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길상호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생게사부르 2016. 11. 25. 16:20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길상호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있으면
낮 동안 바람에 흔들리던 오동나무
잎들이 하나씩 지붕 덮는 소리,
그 소리의 파장에 밀려
나는 서서히 오동나무 안으로 들어선다
평생 깊은 우물을 끌어다
제 속에 허공을 넓히던 나무
스스로 우물이 되어버린 나무,
이 늦은 가을 새벽에 나는
그 젖은 꿈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그때부터 잎들은 제 속으로 지며
물결로 나에게 말을 걸어 온다
너도 이제 허공을 준비해야지
굳어버린 네 마음의 심장부
파 낼수 있을 만큼 나이테를 그려 봐
삶의 뜨거운 눈물이 떨어질 때
잔잔한 파장으로 살아나는 우물,
너를 살게 하는 우물을 파는거야
꿈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면
몇개의 잎을 발자국으로 남기고
오동나무 저기 멀리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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