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박서영 은신처, 울음 주파수

생게사부르 2016. 11. 15. 20:49

박서영


은신처


숨을 곳을 찾았다
검은 펄 속에 구멍을 내고 숨은 지렁이처럼
침묵은 아름다워지려고 입술을 다물었을까
분홍 지렁이의 울음을 들은 자들은
키스의 입구를 본 사람들이다
그곳으로 깊이 말려 들어간 사랑은
흰 나무들이 서 있는 숲에서 통증을 앓는다
입술 안에 사랑이 산다
하루에도 열두 번
몸을 뒤집는 붉은 짐승과 함께,



울음 주파수


몸은 눈물의 배관이다
두 뺨은 배관의 끝이며 입구다
당신이 만지면 물에 젖은 꽃이 끌려 나오고
작은 새 몇 마리 입술 없이 끌려 나온다
고백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도망치며 소리 질렀지
피부가 눈물을 밀어 내는 건
이미 많은 물고기들이 다녀갔기 때문이다
내 몸에는 돌처럼 만져지는 눈물이 남아 있다
너와 헤어져야 할 시간
돌은 녹아내린다
눈에서 빛나는 돌의 부스러기들
그 곳에 주파수를 맞추면 물고기 울음이 들린다
하나쯤 남겨둬야 하는 원석처럼
눈동자가 지느러미를 떨며 잠드는 날이 있다
앵두나무가 지느러미를 떨며 잠드는 날이 있다
앵두나무가 가장 아름답게 흥분할 때
가장 많은 눈물을 매달 때
어떤 이는 들었다 하고
어떤이는 아직 듣지 못했다고 하는 울음
괜찮다, 두 뺨이 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