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홍해리, 장석주 입동(立冬)

생게사부르 2016. 11. 7. 13:55



입동(立冬) / 홍해리


 

어느새

잦아든 풀벌레 소리

가지 끝
말간 까치밥

바람소리
서두는 귀가길

나뭇잎들
모두 입적하시고---

홀로

치는 빗소리

 

 

   --------------------

 

 

입동/ 홍해리

 

 

 

온 세상이

빨갛게,

잘 익은 것 보았습니다.

 

낙엽 깔린 스산한 길,

급하게 달려오는

칼 찬 장군의 말발굽소리 들리고,

 

영혼의 밑바닥에

은빛 그리움을 채우고 있는 ,

 

흰이빨 드러 낸 나무들

가지마다 꿈을 안고

바위에 몸을 기대고 있습니다.

 

하늘도

쨍!

소리를 내며

나지막이 걸려 있습니다.

 

 

 

입동/장석주

 

 

 

들판에 서리꽃이 폈다

고엽이 죽은 새떼마냥

뒹구는 새벽 벌판,

장롱속 겨울 내복 꺼내 입을 때

가난한 집 애들 생각한다

겨우내 맨발로 사는 그집

서리들판에서 이삭줍는

들쥐네 자식들 발시리겠다

 

 

 

 

 

 

*     *     *

 

 

홍해리 시인 입동 두 편, 스산스런 정경입니다 

 

 

장석주 시인 입동...

요즘 맨발은 양말이 비싸서 못 사 신는 게 아니라

(아이들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겠지만)

부모의 보호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양육되는 아이들이 더 많아서 일 듯 합니다.

 

'애정 결핍'으로 마음이 시리거나 옆구리 결리는 것은 성인인 어른도 예외가 아니겠네요.

젊은 층들 중에도' 나홀로'족이나 이혼으로 돌싱이 된 분들 늘어나 솔로, 싱글이 많고

나이 드신 분들 중에도 부부끼리 소원하고, 자녀들의 관심을 못 받고 방치되는 분들이

많아서요.

 

 

立冬에 듭니다.

몸과 맘이 시린 세월이지만

또 좋은 한 주로 열어가야겠지요.

 

오늘은 오늘의 태양이 떴고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뜰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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