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立冬) / 홍해리
어느새
잦아든 풀벌레 소리
가지 끝
말간 까치밥
바람소리
서두는 귀가길
나뭇잎들
모두 입적하시고---
홀로
치는 빗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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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 홍해리
온 세상이
빨갛게,
잘 익은 것 보았습니다.
낙엽 깔린 스산한 길,
급하게 달려오는
칼 찬 장군의 말발굽소리 들리고,
영혼의 밑바닥에
은빛 그리움을 채우고 있는 ,
흰이빨 드러 낸 나무들
가지마다 꿈을 안고
바위에 몸을 기대고 있습니다.
하늘도
쨍!
소리를 내며
나지막이 걸려 있습니다.
입동/장석주
들판에 서리꽃이 폈다
고엽이 죽은 새떼마냥
뒹구는 새벽 벌판,
장롱속 겨울 내복 꺼내 입을 때
가난한 집 애들 생각한다
겨우내 맨발로 사는 그집
서리들판에서 이삭줍는
들쥐네 자식들 발시리겠다
* * *
홍해리 시인 입동 두 편, 스산스런 정경입니다
장석주 시인 입동...
요즘 맨발은 양말이 비싸서 못 사 신는 게 아니라
(아이들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겠지만)
부모의 보호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양육되는 아이들이 더 많아서 일 듯 합니다.
'애정 결핍'으로 마음이 시리거나 옆구리 결리는 것은 성인인 어른도 예외가 아니겠네요.
젊은 층들 중에도' 나홀로'족이나 이혼으로 돌싱이 된 분들 늘어나 솔로, 싱글이 많고
나이 드신 분들 중에도 부부끼리 소원하고, 자녀들의 관심을 못 받고 방치되는 분들이
많아서요.
立冬에 듭니다.
몸과 맘이 시린 세월이지만
또 좋은 한 주로 열어가야겠지요.
오늘은 오늘의 태양이 떴고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뜰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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