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 아 에 이 오 우

김혜순


아 에 이 오 우 / 스무이레

외할머니는 설거지를 하고 미친 너는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먹다 말고 여전히 미쳐서 설탕 단지를 마루로 내 던졌다
마루에 찐득거리는 별가루처럼 쏟아진 흰 설탕
그때 부엌에서 들려오는 이상하고 조그만 소리
미친 너는 그 소리를 듣자 마자 외할머니가 느닷없이 죽을 것을 알았다
이상하게도 알았다 그 순간 네게서 '미친'이 떨어진 것도 알았다
새끼 노루의 까만 똥처럼 '미친'이 뭉쳐서 굴러 가는 것을 보았다
외할머니를 설탕 가루위에 옮겨 눕혔다
119에 전화를 걸다 말고 바라본 마루 위의 네 발가락 자국
눈 내린 것처럼 하얀 설탕 위 네다섯 개의 발가락 동그라미들

눈 위에서 총 맞아 죽은 외할머니 노루와
그 주위를 맴도는 새끼 노루 한 마리를 둘러싼
발가락 자국들, 아 에 이 오 우 다섯 모음으로 발음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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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하나,

 

<죽음의 자서전> 억울하고 황망한 주검을 위한 천도제 49제 중 스무 이레입니다.

아 에 이 오 우,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체험이 자신도 모르게

다섯 모음의 외마디 '비명', 소리로 터져 나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외할머니에게 맡겨진 철딱서니 없는 '미친'손녀는 외할머니 살아 생전에는

철이 들지 않았나 봅니다. 상황이 불우하니 가끔 추상적으로 죽음을 생각 해 볼수 있었겠지만

아직 절실히 죽음을 생각하기에는 어린 나이입니다.

다른 친구들과 비교해서 세상에 내 쳐진 자신의 처지를 앙갚음 할 때라곤 외할머니 뿐이었을테고

외할머니가 언제까지 자신의 투정을 받아 줄수 있을 거라고 생각 했을 것입니다

철이 들고 세상을 더 살다보면 그 고마움을 알고 표현도 하고 효도를 하면서 은혜를 갚을 날도 올수 있었지만

이제 그럴 기회는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신에 대한 자책이 가슴에 피멍으로 찍혀 평생을 안고 살아야 할 '짐'으로 남겨 질 것입니다.

 

하얀 설탕 위에,

눈 위에 찍힌 발가락 자국들

시각을 청각의 비명소리로 바꾼 詩입니다.

삶의 고통, 허망함을 지극히 냉정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그 의미를  잘 새겨보면 아, 에, 이, 오, 우

눈물 나는 詩인 것이지요.

 

 

 

 

 

생각 둘,

 

 

역사에서 알게 된 교훈에 의하면 '정치'는 잘하면 본전입니다.

그 말은 조금만 잘 못해도 그 여파가 국민들 생활 구석구석까지 파고들기 마련인데

조금이 아니라 매우 많이 잘못 했다고 하면?

국민 구성원들이 정상적인 삶을 누리지 못하고 삶의 질이 피폐해 지면서

삶의 마지막인 죽음마저 자연사 하지 못하는 '억울한 죽음'들이 많아진다는 얘기지요.

정치지도력도 없고 자신의 자리에 대한 책임감이라고는 없이 그 권력에 따른 이권만 챙기려

했던 자들, 또 그런사람을 나라의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일조한 사람들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할 시기인것 같습니다. 

 

현 시점에서는 이제까지의 잘못을 얼마나 솔직하게 진정성있게 털어놓고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지고

그 잘못의 댓가에 따른 처벌을 감수하느냐의 문제인데...글쎄요?

 

물론 현 사태에서 보이는 정치 사회적 현상 이전의 배후세력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애초 부정선거를 기획하면서까지 자신들 정권의 면죄부를 노린 MB세력의 움직임도 예의 주시해야지요.

MB정부의 대국민 사기행각을 밝히고 그 댓가를 치르게 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국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집니다.

콩으로 메주를 쑤는데 진실을 말해도 믿어주지 않으면 참으로 낭패 할 일입니다.

국가의 입장만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받은 상처와 손상된 자좀감도 같이 회복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명색이 한나라 대통령이 참으로 인격적으로 자질 안 되는 어이없는 인물들에 의해 조종당해 왔다는 사실,

내가 그런 사람이 대통령을 하는 나라의 국민이었다는 현실, 참으로 자존심 상하는 일입니다.  

 

 

정권이 그렇게 제 역할 못하고 있는 동안

사회 구석구석에서 일어난 온갖 종류의 억울한 죽음들과 그 기억을 짐처럼 안고 살아가야 할 유족들

결국 세월호로 절정에 이른 참담한 심정, 시인들은 詩로써 얘기합니다.

 

오늘 백남기씨 41일만에 발인 영결식이며 주말 촛불집회 시위규모 예측을 불허한다네요.

 

동학농민 운동, 4.19, 5.18, 6.10 민주화 운동 등

부정하거나 무능력한 정권 퇴진운동의 근본은 별로 바뀌지 않습니다.

권력층이 백성들을 '무지한 무지렁이'로 봤던지 민중을 '개,돼지'로 봤던지 간에

정권을 퇴진시키고, 좀더 투명하고 합리적인 새 질서를 만들어 내려고 하는 점에 있어서는요. 

 

다만 그 형태가 죽창이나 쇠스랑을 들고 싸우느냐, 화염병과 벽돌이 날아들고 사복 경찰들이

곤봉으로 내려치면서 주동자들을 헬기에서 찍어대느냐, 경찰이 시위진압하다가 안 될 것 같으니

계엄군을 내 보내 발포하는 것도 우리역사는 다 해 봤습니다.

 

촛불시위나 마스크 침묵 시위에 이어 SNS를 활용하는 형태로 방법만 바뀌었 뿐

그들이 은연 중 가졌던 ' 무지렁이'나 ' 개,돼지' 들의 힘에 의해 과거정권들이 퇴진을 하기도 했고

눈가리고 아웅이지만 전직 대통령들이 감옥도 갔다오고, 과거 받았던 훈장을 반납하고

재산을 환수 하기도 해 왔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그 주권은 국민으로 부터 나오며 결국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