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보들레르 일곱 늙은이

생게사부르 2016. 11. 4. 19:09

보들레르 / 일곱 늙은이
                  - 빅토르 위고에게


 

우글거리는 도시, 몽환으로 가득찬 도시,
한낮에도 허깨비가 행인에게 달라붙는다!
이 억센 거인의 좁은 대롱을 타고,
어디선가 신비가 수액인 양 흐른다.

어느 아침, 음산한 거리에서
안개가 집들의 높이를 늘여,
물 불어 난 강물의 양 둑처럼 보일 때,
배우의 혼을 닮은 무대배경,

더럽고 누런 는개가 공간에 넘쳐 흐를 때,
나는 주역처럼 신경을 빳빳이 세우고
벌써 지친 내 혼과 따지면서, 육중한 짐마차에
흔들리는 성문 밖 거리를 따라가고 있었다.

난데 없이, 늙은이 하나, 그 누런 누더기가
우중중한 저 하늘의 색깔을 흉내 내고,
그 두 눈속에 사악함만 없었다면,
적선이 빗발치듯 쏟아졌을 몰골로,

내 앞에 나타났다. 담즙 속에 담근 눈동자라
해야하나, 그 눈초리는 서릿발을 더욱 날카롭게 하고,
길게 늘어진 그의 수염, 칼처럼 빳빳해서,
뻗쳐 나온 그 꼴이 유다의 수염과 방불했다.

꼬부라진 게 아니라 꺾이어졌다, 그의 등뼈,
다리와 어울려 완전한 직각 하나를 만드니,
이제 지팡이가 그 풍채를 완성하려고,
불구의 네발짐승 혹은 세 발 유태인의

매무새에 위태위태한 걸음걸이를 그에게 장치했다.
눈과 진흙 속에 발목이 빠지며 그는 가고 있었다,
헌 신짝 아래 주검을 짓밟기라도 하는 듯이,
세상에 무관심하기보다는 차라리 적대하며.

똑 같은 허울이 그 뒤를 따랐다. 수염, 눈, 등, 지팡이, 넝마,
무엇하나 구별되지 않았다, 똑 같은 지옥에서 나온
이 백 살 먹은 쌍둥이는. 이 바로크 풍 유령들은
똑 같은 걸음걸이로 알 수 없는 목적지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니 내가 무슨 추악한 음모의 대상이 되어 있었던가,
아니면 무슨 사악한 우연이 나를 욕보이고 있었던가!
나는 일곱 번을 헤아렸다, 일 분마다 하나씩,
늘어나고 늘어나는 이 음산한 늙은이를!

그대가 누구이건 내 불안을 비웃으며,
나와 똑 같은 전율에 사로잡히지 않는 자여,
생각 해 보라, 그토록 늙어빠졌건만,
그 추악한 일곱 괴물이 불멸의 얼굴을 지녔다는 걸!

내가 여덟째를 죽지 않고 바라 볼수 있었을까,
냉혹하고, 빈정거리고, 치명적인 쌍둥이를,
저 자신의 아들이자 아비인 메스꺼운 불사조를 ?
- 그러나 나는 그 지옥 행렬에 등을 돌렸다.

하나를 둘로 보는 주정꾼처럼 격분해서,
나는 집에 돌아왔다, 문을 닫았다, 겁에 질리고,
병들고 맥이 풀려서. 정신이 열에 들뜨고 혼미해져서,
신비와 어처구니 없음에 상처를 입고!

헛되이 내 이성은 키를 잡으려 하나,
폭풍이 장난치며 그 노력을 훼방하고,
내 혼은 춤을 추고, 춤을 췄다. 돛도 없는
낡은 거룻배, 끝도 가도 없는 괴이한 바다 위에서!

 

      

*       *       *

 

    

음산한 도시외곽, 황량한 성문 밖

현실에서 빠져 나올 수 없는 ' 악'의 공포

일곱 늙은이는 '공화국이 들어서기까지 프랑스 정치체제를 상징한다고도 하고...

버전만 바꾸어 계속되는 '정치악'이 개선되지 않고 영원히 계속 될 것이다 생각하면

공포스럽네요. 

 

(번역 해석 황현산 선생님 강의에 따랐습니다.)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1821 ~ 1867)

 

     19세기 중엽 활동한 프랑스 시인이자 평론가.

     시대를 초월한 상상력, 추상적인 관능, 퇴폐적인 고뇌가 나타나 있는 시집 “악의 꽃”(1857)을 출판하여

     프랑스 상징시의 선구자가 되었으며 시집으로 “인공 낙원”(1860), “파리의 우울”(1869)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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