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산하 풍경

생게사부르 2016. 11. 1. 00:56

이산하

 

 

풍경

 

절로 가는 길은 성당을 거쳐야 하고
성당으로 가는 길은 절을 거쳐야 한다.
성당 마당에는 목련과 은행나무가 서 있다.
목련나무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 있고
은행나무는 삶을 마감한 열매들이 떨어져 있다.
두 나무가 서로 나란히 피고 진다.

성당을 지나 절로 들어선다.
절에는 넘어야할 할 계단이 많다.
한 계단 오르면 목련꽃이 피고
다음 계단을 오르면 은행열매가 지고
마지막 계단을 오르면 풍경이 보인다.
풍경은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도 소리를 울리고
꽃보다 잎이 먼저 피어도 소리를 울린다.
이렇 듯 흔들리면 우는 것은
바람 탓도 아니요,
세월 탓도 아니다.
무엇이 먼저 피고 지든
세상을 간절히 본 자의 저문 눈빛 같은 풍경소리는
허공을 버림으로써 계단에 이르고
계단을 버림으로써 허공에 이른다.
절로 가는 길은 성당을 거쳐야 하고
성당으로 가는 길은 절을 거쳐야 한다.

 

- 山寺紀行 산문집 『피었으므로, 진다』 (쌤앤 파커스, 2016)

 

 

 

    *        *        *   

 

     절이나 성당은 궁극으로 통한다.

    

     계획도시 창원에 비해 자연 발생도시인 마산에는 유달리 사찰이 많다.

     성당가는 골목 길에도 절을 두개나 지나쳐야 하는데 조계종 같은 사찰이 아닌 개인 사찰일지

     

     인간의 정신이란 것이 참으로 똑똑한 것 같아도 또 한편으론 어리석기 짝이 없어서

     인생살면서 어려운 일이라도 당할라치면 무엇엔가 자신의 처지를 투영해 넣어서 자기가 보고 싶은 것,

     자신이 듣고 싶은 것,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쏙 빼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사람에 따라 다르기도 하겠지만 대체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학력이 평균 이하로 낮거나

     자기 의지가 약하고 의존적인 사람, 귀가 얇아 남의 말에 금방 솔깃 하는 사람들이 그럴 확률이 더 높다

 

     제대로 체계가 확립되고 사회적으로 인정 받은 종교가 아닌 종교와 무속신앙의 중간 형태에 가까운 

     개인 사찰도 많은 것 같고, 우리나라 처럼 한 집 건너 십자가랄까 교회가 많은 곳도 없다는데

 

     이승만 초대 대통령부터 김영삼 대통령, 이희호 여사에 이르기까지 정권과 기독교가 밀착 했고

     이명박 대통령 때는 소망교회가 입에 오르내렸으며, ' 서울을 하느님께 바쳤다느니'하는 등의 가십과 무관치 않을 일

     개인 사생활과 공적인 일을 구분 못하고 난리더니

     이번은 정식 종교도 아닌 무슨 사교 ?

 

     대한민국 작금의 사태, 이미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더라도 한 마디로 하면 ' 참담' 그 자체

 

     그러나 이제 국민들은 알고 있다.

     정부가 별스레 해 줄수 있는게 없다는 것

     신앙의 힘이든 개인적인 의지로든 스스로 이겨내는 '자가치유' 개개인의 몫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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