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정희정 거미,된장,참새

생게사부르 2016. 10. 29. 01:07

정희정

 

거미

 


     비 내리고 있다 리본 달린 화분 위에 어제 못 본 작은 집…… 눈곱만한 거미가 그 집에 살고 있다 

    집이, 거미가, 봄비에 젖는다

     4월은 불안하다 꽃을 버린 바람의 목소리가 젖어있기 때문, 떨어질 것 같은 스 · 타 · 카 · 토  비는 거미집 곳곳에 악보 매달아놓고  현을 그으며 화음을 맞춘다

     조용히 있을게
     노래를 불러도 좋아 오늘은 비 오잖아
     창을 닫지 않을게

     거미는 입술을 오므리고 나는 노래를 부른다

 

 

된장


검은 말(言)은 혼자였다 누구도 퍼낼 수 없는 고요가 옹기 안에서 자라고 있었다 나방이 옹기 위에서 방향없이 날다 바닥으

로 떨어지는 하루가 지나갔다 소금봉지가 등을 누르고 있었다 소금은 등뼈가 되었다 십년이 쌓이고 있었다 말 할수 없었던

된장이 검은 얼굴로 검은 말을 가지고 살아났다 검은 말이 자라 알코올 향을 내며 입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된장의
말은 산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걸어왔다


한국동서문학 2016. 여름호



 

 

 

 

참새

 

달리는 차 앞에 새떼가 쏟아진다
통통
튀어 올랐다 흩어지고, 흩어졌다 또
튀어 오르고
딱 그 만큼
더 이상의 오름은 없을까

경사로 위 빗방울 몰고 가는 아침에



 

경남 고성, 진주권

2006. 월간문학 등단, 개천문학상 시부분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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