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임승유 미끄럼틀, 배웅

생게사부르 2016. 10. 27. 11:36

임승유


미끄럼 틀


 

 

아는 사람과 숲에 갔다 후두둑
숲에 비가 오면

숲에 들어간 동식물들은 숲에 있거나
숲에서 나오거나 한다 걸어서 나오거나
뛰어서 나오거나 한다

둘이서 들어갔다가 혼자서 나오기도
하는데

돌아보면 어깨가 없었다



배웅



 

개천을 걸었다.
개천은 돌층계로 내려갔다가 돌층계로 올라가는 개천이고 지나가던 개가 뒷다리를 들고 잠깐 서 있는 개천이다.
나는 너의 그곳을 만졌고 개처럼 끙끙거렸다.
하모니카를 들고 나온 노인이 하모니카를 불다가 들어갔다. 꽃나무는 서서 꽃나무답게 꽃잎을 떨어뜨렸다.
냄새나는 개천은
어디까지 가서 끝나는지 몰랐지만
너를 보내기엔 개천만한 곳도 없고 그런 개천 하나쯤은 어디에나 있어서
개천을 걸었다.


웹진 『문장』 2014년 7월호 발표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희정 거미,된장,참새  (0) 2016.10.29
황동규 송장헤엄  (0) 2016.10.28
박이화 삼십센티 여행,한바탕 당신  (0) 2016.10.24
정끝별 열 잎의 평일  (0) 2016.10.23
정끝별 춤, 시간의 난간  (0) 2016.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