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하수현 쇠정어리고래

생게사부르 2016. 10. 8. 11:23

하수현(하성훈)


쇠정어리고래


바람떼가 시장통까지 따라 들어와
쇠정어리고래 주변을 맴돈다
생고등어 뱃속에 왕소금을 던지던 한 아낙은
바람결에 움찔하다가
고래쪽으로 눈길을 단단히 꽂았고,
행인들도 언 발을 머리에다 이고는 모두 입을 닫는다
어쩌다 운명의 그물안으로 뛰어든 고래가
시장바닥에 드러누우면
흡사 집 한채가 통째로 자빠지기라도 한 듯
무조건 시장통 빅뉴스가 된다

쇠정어리 고래의 허연배에 어슬픈 현관문 하나
뚝딱 만들어지고부터
창자 허파 태평양의 물결이 토막토막 잘려 나
오고
뒤이어 나온 살덩이들은 붉은 눈물을 뚝뚝 흘
리며 생애를 통곡한다
고래 창자에도 작은 창문을 내고 나니
소화가 집행유예된 오징어들,
종(種)을 모를 만큼 절반쯤 무너진 물고기들,
한때는 콜라가 주인이었던 붉은 페트병도 나온다
붉은 페트병은
그간의 암흑기를 털어내고 부활의 나라로 가리
라 나는 믿는다
그 다음으로는 포유류를 향한 알수 없는 동정
심도 도려내고
인도양 대서양의 수심(水深)을 후려치는
고래떼의 장엄한 유영(遊泳)마저 뜯어 낸다

비운의 쇠정어리고래는 잘린 살덩이들이 개별
적으로 울었을 뿐
몸퉁이 절반이나 해체될 때까지
이 초유의 현실을 외면하는라 줄곧 눈을 감고
있다
어시장 바로 뒤편, 파란 바닷물 쪽을 보면
육신이 갈기갈기 찢긴 쇠정어리 고래의 진혼
을 위해
겨울 바다를 비장(批狀)으로 달려 온 고래 떼들

상기된 낯으로 수런거릴 터인데,
울컥거리던 저녁바람도 이젠 날을 세운다

 

 

 

제 18회 수주문학상 당선작

포항

 

*          *           *

 

단상 하나,

 

정어리고래 다른이름은 밍크고래네요.

예쁜 이름과 달리 수난을 당하고 있는 밍크고래에 대한 최신 기사하나( 2016.9.27 )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해 유통한 선주 등 일당 30여 명이 무더기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단독은 27일 포획이 금지된 밍크고래 수십 마리를 잡은 혐의로

기소된 선주 A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또 다른 배 선주 B씨와 해상 운반책 C씨에게는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했고, 선원 D씨에게는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고래잡이에 동원된 6개 어선 선장과 선원 28명, 알선·운반책 2명에게는 150만∼500만 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이들은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경북 포항과 영덕 등 동해 연안에서 밍크 고래 등

고래 40여 마리를 불법으로 잡아 식당 등지에 유통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사건을 저질렀고 범행 횟수와 규모로 볼 때 죄질이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    강전일 기자korkang@kbs.co.kr

  

 

 

 

해체된 고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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