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상국-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

생게사부르 2016. 10. 5. 00:33

이상국


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


이 작두날처럼 푸른 새벽에
누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개울물이 밤새 닦아놓은 하늘로
일찍 깬 새들이
어둠을 물고 날아간다

산꼭대기까지 물길어 올리느라
나무들은 몸이 흠뻑 젖었지만
햇빛은 그 정수리에서 깨어난다

이기고 지는 사람의 일로
이 산 밖에
삼겹살 같은 세상을 두고
미천골 물푸레 나무 숲에서
나는 벌레처럼 잠들었던 모양이다

이파리 떨어지는 이슬이었을
또 다른 벌레였을까
이 작두날처럼 푸른 새벽에
누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 집은 아직 따뜻하다> 창작과 비평사

 

 

 

사진출처: 블로그 시나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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