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미
아직도 모르겠니
- 얘야, 한밤중에 손톱 깎으면 안 되는 거 모르니
- 쥐가 그걸 먹고 너로 변하면 어쩌려고
- 그래서 꼭 밤에 깎는 거에요
- 이제 날 버릴 때도 됐잖아요
여기저기 툭툭 깎아 놓은 손톱은 하나도 사라지지 않았고
언젠가 이해하게 될까
왜 나는 아직도 나인가를
잠깐 나무를 따라하고 사막을 흉내내고 상처인 척 했지만
결국
나로 남았고
툭툭
쥐를 위해 또 다시
발톱이 여기저기 튀는 밤
쥐가 내 발톱을 먹어 주기만 한다면
나를 절반만이라도 나눠가져 준다면
내가 먼저 네가 진짜라고 우길텐데
나는 나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 얘야, 아직도 모르겠니
- 오래전에 네가 네 손톱을 삼켰다는 걸
혼선
돌은 돌의 말을 하고
나무는 나무의 말을 하고
바람은 바람의 말을 하고
당신은 당신의 말만 하고
나는 내말만 한다
한데 뒤섞여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당신을 향하던 내 말은
당신에게 가기도 전에 뒤섞이고 만다
서로의 말은
한번도 서로의 말인 적이 없다
당신의 말은 당신의 것
우리는
영원히
서로의 말은 알아 들을 수 없다
1978. 대구출생
2015. '시인동네'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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