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전영미-아직도 모르겠니, 혼선

생게사부르 2016. 9. 30. 00:46

전영미


아직도 모르겠니

 



- 얘야, 한밤중에 손톱 깎으면 안 되는 거 모르니
- 쥐가 그걸 먹고 너로 변하면 어쩌려고

- 그래서 꼭 밤에 깎는 거에요
- 이제 날 버릴 때도 됐잖아요

여기저기 툭툭 깎아 놓은 손톱은 하나도 사라지지 않았고

언젠가 이해하게 될까
왜 나는 아직도 나인가를

잠깐 나무를 따라하고 사막을 흉내내고 상처인 척 했지만
결국
나로 남았고

툭툭
쥐를 위해 또 다시
발톱이 여기저기 튀는 밤

쥐가 내 발톱을 먹어 주기만 한다면
나를 절반만이라도 나눠가져 준다면
내가 먼저 네가 진짜라고 우길텐데

나는 나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 얘야, 아직도 모르겠니
- 오래전에 네가 네 손톱을 삼켰다는 걸

 

 

혼선

 

 

돌은 돌의 말을 하고

나무는 나무의 말을 하고

바람은 바람의 말을 하고

당신은 당신의 말만 하고

나는 내말만 한다

 

한데 뒤섞여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당신을 향하던 내 말은

당신에게 가기도 전에 뒤섞이고 만다

 

서로의 말은

한번도 서로의 말인 적이 없다

 

당신의 말은 당신의 것

 

우리는

영원히

서로의 말은 알아 들을 수 없다

 

 

1978. 대구출생

2015. '시인동네'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