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명관 솔지재 가는 길

생게사부르 2016. 9. 17. 02:56

김명관


솔지재 가는 길




"돌복숭 나무가 있었는데"
숲 속을 바라보던
형님의 낭패난 목소리다
벌초 길 이정표가 사라진 모양이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
허기지고 고단했던 우리 아버지와
그 아버지가 다녔던 솔지재
언제부턴가 속살을 숨기고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내게는 아버지 같은 형님이라
차마 불평도 못하고 무심히 뒤만 따른다
형님이 안 계시면 나도 하지 않을 일
기억에도 없는 증조부의 솔지재
조부의 석골,철수골,궁수,덕구터.....
어미의 자궁 같은 지명 속에 조상들이 산다

차마 입 밖에 내지는 못하지만
길만 사라졌겠는가
기억 속에 지워 질 것들이
어디 하나 둘인가

누구의 조상인지
묵혀진 묏등 위로
나비 한마리 한가롭다
내년 이맘때
더 낮아진 무덤위에
들꽃 한송이 피어 있으리라


* 솔지재: 산청군 차황면에 소재하는 고개

 

 

*           *            *

 

 

시에 지명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외로

산청이 그 대상으로 적합하단다

지리산 자락이라 그럴까?

'허준'의 동의보감...유지태가 살았던 지역이어서일까

 

솔지재, 석골,철수골,궁수,덕구터

차황, 생비랑, 생초...이렇게 늘어만 놓아도 시가 될것같다

하긴 일본에 의해 우리지명들이 바뀌기 전

어디 지명인들 시가 되지 않을까.

게다가 그 지명 속에 마을 특징까지 다 드러나고 있으니

이홧골, 도릿골, 참골, 숯골, 대밭골, 절골, 탑골, 가는개(세포), 새터...

골은 골 대로, 갯가는 갯가대로

 

지난번 최영효샘 초청해서 얘기 나누던 날

생각보다 '진주'는 시가 잘 안 된다는...

마산도 그렇다, 차라리 합포가 낫지

젊은이들 중에 관심이 있다면

우리지명 다시 되살리기나 문화재 설명 바로잡기,

나전칠기, 소목장이나 공예나 장류같은 전통문화 장인이 되는일도

한 평생거리가 될터이다... 밥을 먹고 살 방도가 있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