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언희 낭미초, 조행자 오요요나라의 이야기

생게사부르 2016. 9. 7. 06:36

김언희


낭미초(狼尾草)


대실 이만오천원 숙박 삼만원 허여멀건
암퇘지 가죽으로 벽을 바른 방에서 털끝
하나 안 건드리고 그냥 주무시려고요 언
제나 결정적인 찰나에 깨고 마는 결정적
인 꿈 호접몽인가요 귀접몽인가요 유월이
라 초사흘 님은 성성이 입술을 잡수시구
요 저는 두루치기를 시켜 먹고요 티비 앞
에 부스럭부스럭 신문을 깔면 밥숟가락
위에 유유히 파서 올려놓는 귀신 코딱지
하룻밤에 물벼룩 천 마리가 죽어나가는
퀴퀴한 강변 여인숙 오요요요 내 손바닥
위에 오요요 님의 낭미초(狼尾草) 바르르
르 콧김에도 떠는 낭미초

 



 

 

조행자


오요요나라의 이야기


황폐한 뜨락의 한 귀퉁이에서
오요요가 작은 밭을 이루고
아침마다 풀잎 풀잎 하는 소리를 내면
뜨락은 온통 푸르른 오요요들로
가득찹니다
땅 밑엔 맑고 투명한 푸른 물줄기
깊게 박힌 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풀잎풀잎 하던
외침이 사라지면
뜨락은 작고 연약한 오요요의 밭뙈기로
변하고

감미로운 대낮
가장 키 큰 오요요가 발돋움하여
언덕의 가장 찬연한 햇살의 손 하나를
잡았습니다
천사의 나라, 행복한 나라를 향해
발가락들을 포개고 또 포개었습니다
작은 오요요들은 키 큰 팔에
매달렸습니다
뿌리의 깊고 푸른 물줄기를 잊은지도
오래
뜨락의 비는 오지 않고
미풍은 열렬히 푸름의 피를 말립니다
가문 하늘에 오요요의 싱그럽던 꿈들이
시들고 갑자기 그리워진 지난날들
일제히 목청을 돋우어 풀잎 풀잎 하고
외쳤지만
그 소리는 이미 맥이 다 빠진 칼의 빈
집이었습니다

" 행복한 꿈은 언제나 풀잎 풀잎 하는
외침의 통로에만 살아 있는 법을 깜빡
잊었지요"

멀고 황홀한 꿈은 홀로
무서운 들판에 서 있습니다


조행자, <영혼의 집, 별의 집> 문학세계 현대 시선집 28

 

 

 

 

 

 

*       *        *

 

 

 

강아지 풀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수크령(길갱이, 기랭이), 강아지풀(개꼬리풀), 금강아지 풀, 수강아지풀, 갯강아지풀...

이리꼬리풀이라든 강아지풀이라든

 

 

앞 시는 성인용, 뒷 시는 동화적인 아동용 이미지, 좀 대조적인가요?

 

사가 그런 것 같아요. 똑 같은 소재로 지어도 시인에 따라 너무나 다른 분위기

김언희 샘은 ' 낭미초'로 제격이고

김언희 샘 다우신, 선생님만이 쓸수 있는 시 분위기가 느껴지고

 

조행자샘 시는 또 살아 생전 선생님 품성 같으신 시를 지으셨네요

'오요요나라의 이야기'라니

 

결국 시는 시로서 시인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갖게 되는 것

 

이즈음 산에 들에 갯가에 이름만 들어도 간지러운 오요요가 지천입니다

 

 

     &. 낭미초(狼尾草)

  • 수크령
    (길갱이)

    생물학적 특징 다년생 초본, 줄기는 30-80cm. 총생 잎은 호생, 선형, 길이 30-60cm, 폭 5-8mm. 설엽은 거의 없음 수상화서,

    꽃은8?9월 개화, 포영은 2개, 호영과 내영은 길이가 같음 수술은 3개, 암술머리는 2개, 과실은 영과, 10월 결실.

  • 용도 조경용 : 제방 등을 조경하는대 이용된다. 약용 : (지상부) 눈을 맑게한다.

  • 민속ㆍ특산식물사전

     

    강아지풀

    (Green bristlegrass)

    잎 어긋나며 선형 또는 선 모양의 피침형으로서 끝이 점차 뾰족해지고 가장자리에 잎혀[葉舌]와 줄로 돋은 털이 있다.

    길이 5~20cm, 나비 5~20mm이고 밑부분이 잎집으로 된다.

  • 꽃 7~8월에 강아지 꼬리 모양을 한 꽃차례에 자줏빛 또는 연한 녹색의 꽃이 달려 핀다.

    원추형의 꽃차례는 길이 2~5cm이다. 수술은 3개이며 암...

    익생양술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