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천양희 시인이 되려면, 이병일 시인

생게사부르 2016. 9. 6. 18:06

천양희


시인이 되려면



 

시인이 되려면
새벽하늘의 견명성(見明星)같이
밤에도 자지 않는 새같이
잘 때에도 눈뜨고 자는 물고기 같이
몸 안에 얼음 세포를 가진 나무같이
첫 꽃을 피우려고 25년 기다리는
사막 만년청풀 같이
1Kg의 꿀을 위해 560만 송이의 꽃을
찾아가는 벌같이
성충이 되려고 25번 허물 벗는
하루살이 같이
얼음 구멍을 찾는 돌고래같이
하루에도 70만번씩 철썩이는 파도같이

제 스스로를 부르며 울어야 한다

자신이 가장 쓸쓸하고 가난하고 높고 외로울 때
시인이 되는 것이다


이병일

 

 

 

시인

 

 

유달리 어두운 뼈만 먹는 것들이 있네
힘줄도 껍질도 먹지 않는 것들이 있네


부패의 절취선이 되는 구더기 솟구칠 때
저 골치 아픈 것들에게도
흐트러진 질서와 바람 꺾는 깃털이 있네

너무 높이 날거나 절벽에 바투 붙어 살지만
제 몸보다 큰 뼈를
돌산에 떨어뜨려 깨부숴 먹는 저 수염부리,
뼈와 뼛조각이 목구멍을 쑤시고 저밀 때
수염부리 날개죽지와 발톱이 도드라지네
절벽이란 미지를 너무 쉽게 뚫고 지나가네

그러나 저 수염부리는 골수만 쏙쏙 빼먹네
부리끝 허공엔 피 냄새 휘휘 반짝거리네
횟배도 없이 홀로 텅빈 저 달마저 찢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