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영
조국(祖國)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에인사랑
손 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 메이며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 맺힌 열 두줄은 구비구비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이 鶴. 학처럼만 여위느냐
설화조(說話調)
내 만약 한 천년 전 그 세상에 태어 났다면
뉘 모를 이 좋은 가을 날 너 하나를 훔쳐 업고
깊은 산 첩첩한 골로 짐승처럼 숨을 걸 그랬다
구름도 단풍에 닿아 화닥화닥 불타는 산을
나는 널 업고 올라 묏돌처럼 숨이 달고
너는 또 내품에 안겨 달처럼 잠들 걸 그랬다
나는 범 좇는 장한(壯漢) 횃불 들고 산을 건너고
너는 온유의 여신 일월에나 기름 부며
한백년 꿈을 누리어 청산에나 살걸 그랬다
* * *
정완영: (1919~2016) 경북 금릉군
1946년 '시문학(詩文學) 구락부'를 발족하여 활동.
1960년 <국제신보> 신춘문예에 작품 '해바라기' 당선,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시 '골목길 담모롱이'입선,
196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조국祖國' 당선,
<현대문학>에 '애모愛慕', '강江', '어제 오늘'로 천료되어
1995년 은관문화훈장 수훈
시조집「세월이 무엇입니까」「꽃가지를 흔들 듯이」「엄마목소리」
「오동잎 그늘에 서서」「산이 나를 따라와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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