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 성복 그 여름의 끝

생게사부르 2016. 9. 4. 02:37

이성복


그 여름의 끝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 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