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
긍정적인 밥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정다혜
시의 경제학
시 한 편 순산하려고 온몸 비틀다가
깜박 잊어 삶던 빨래를 까맣게 태워버렸네요
남편의 속옷 세 벌과 수건 다섯 장을
내 시 한 편과 바꿔버렸네요
어떤 시인은 시 한 편으로 문학상을 받고
어떤 시인은 꽤 많은 원고료를 받았다는데
나는 시 써서 벌기는커녕
어림잡아 오만 원 이상을 날려버렸네요
태워버린 것은 빨래뿐만이 아니라
빨래 삶는 대야까지 새까맣게 태워 버려
그걸 닦을 생각에 머릿속이 더 새까맣게 타네요
원고료는 잡지구독으로 대체되는
시인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시의 경제는 언제나 마이너스
오늘은 빨래를 태워버렸지만
다음엔 무얼 태워버릴지
속은 속대로 타는데요
혹시 이 시 수록해주고 원고료 대신
남편 속옷 세 벌과 수건 다섯 장 보내줄
착한 사마리언 어디 없나요
-불교문예 2008 여름호-
* * *
함민복 시 '긍정적 밥'도 이미 지난 시절 얘기네요.
요즘 국밥 한 그릇 6천원 이상이고 시집 한권 10,000원 하지만
누가 시집을 사야 팔리지
'책 나부랭이, 소설 나부랭이, 시 쪼가리' 들고 있음 밥이 나와, 돈이 나와 !!!
어릴 적 부터 많이 듣던 소린데 이 나이까지 그런 나부랭이들을 들고 앉았으니.
당연히 집안 일 안되고 , 시간이나 잡아 먹는 행위지만
어쩌겠는감요?
이미 그리 질(길)들어 버린 일을
문학작품, 예술작품이 지적 재산권으로 보호 받고,
작가도 문단권력을 행사하고, 출판계 재력을 갖기도 하는 일부 문인들도 있지만
여전히 ' 시 나부랭이'임에 별 변화가 없지요?
(최근 모임에서 지방 일간지 편집장 하시던 분 시 한편 5만원 준다는 얘기 들었습니다만
현재 푸른집과 싸우고 있는 서울 중앙지는 많이(?) 준다는 얘기도 있고, 이웃한 지방 신문
아직 시 원고료 없고, 실어 주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알아라 뭐 이런 분위기도 아직 있는 것 같습니다)
먹고 살기 어려 울 때는 또 그랬다치고
한 때 한국 경제가 나아진 듯이 보였던 최근 까지도
시 한편을 쓰기까지 지적, 육체적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기에 인색한 사회
' 작품을 실어만 줘도 감지덕지' 라는 인식
언제면 바뀔까요? 우선 시 쓰는 본인과 시를 싣는 언론 쪽 관련자부터
시인이 말만 먹고 살수 없다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거
그래도 이 세상에 詩가 하는 역할이 있고 이 세상에서 詩가 필요하다면
(정신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에 있어서만큼은) 사회주의국가 개념으로 먹여 살려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일반 국민 수준 기준의 60%라도 살 수 있도록 해준다면...
황당한 헛소리라고 조롱이라도 안 당하면 다행일까요?
시인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어떻든 등단만 되면 세상을 다 쥘 것 같지만
원래 인생이 산 너머 산
제대로 된 시를 써 어떻든 시집을 한권이라도 묶어봐야지
명색이 시인인데 두권, 세권은 내야지 ...
시를 못 쓰고 있으면 초조하고 스트레스 받고
불멸의 명시를 쓰고 싶은데...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생계를 위한 작품을 억지로 짜내다 보니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해서 회의가 들고, 슬럼프에 빠지고...
하긴 시인만 그런건 아닐겁니다. 우리 인생자체가 그런 것이니까요.
고등학생들 대학교만 가면, 세상이 다 지꺼(자기꺼) 될 것 같지만
학점 관리 해야하고, 레포트 내고 시험 쳐야하고. 스펙 쌓느라 학원 다녀야 하고
취업만 하면 끝 날 것 같아도 그 일자리 유지하기 위해 성과도 내야하고
정신없이 바뀌는 세상 따라 가려면 연수도 받고 자기계발도 해야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승진에 아둥바둥 해야하고, 그러다 보면 나이들어 후배들한테 쫒기듯 물러날 때 되고...
또 그런데 뭐냐?
인생 2/3 시점에 아직 작가란 이름도 못 얻어 걸치고 이러고 있는 사람은 ㅎ...
시 창작교실에는 이미 등단 하신분, 시집을 낼 단계의 분, 한권은 냈지만 두권째 내고 싶은 분 등
십년, 이십년 씩 시를 써 오신분들도 있고, 이제 갓 햇 병아리로 막 시작단계인 나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평소 하고 싶었던 시 공부를 시작은 했지만 막상 부딪치자 ' 평생 시집 한권이라도 내 보겠나?' 싶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럼에도 결론은 이런 생활이 좋아서 스스로 선택했다는 것이지요.
함께 모여 좋은 시를 읽고 감상하면서 습작한 것들을 가져와 발표하고
진탕 깨지지만 또 다음번에는 좀 더 나은 시를 쓰리라...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많은 얘기들을 나눕니다.
시 얘기, 시인들 얘기, 인생 살아가는 얘기
시 창작 교실이 있는 진주 망경동 부근, 전통의 입맛을 느끼게 해 주는 소박한 식당들도 대 만족입니다.
해물 칼국수, 들깨 칼국수, 콩국수...부추 된장 비빔밥, 추어탕, 비빔밥...
의식주 생활을 유지하는데 아무짝에도 도움 못 되는, 생산성 없는 일상이지만 계속 될테지요.
언제 까지 일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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