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문재
물고기에게 배우다
개울가에서 아픈 몸 데리고 있다가
무심히 보는 물속
살아 온 울타리에 익숙한지
물고기들은 돌덩이에 부딪히는 불상사 한번 없이
제 길을 간다
멈춰 서서 구경도 하고
눈치 보지 않고 입 벌려 배를 채우기도 하고
유유히 간다
길은 어디에도 없는데
쉬지 않고 길을 내고
낸 길은 또 미련을 두지 않고 지운다
즐기면서 길을 내고 낸 길을 버리는 물고기에게
나는 배운다
약한 자의 발자욱을 믿는다면서
슬픈 그림자를 자꾸 눕히지 않는가
물고기들이 무수히 지나 갔지만
발자국 하나 남지 않은 저 무한한 광장에
나는 들어선다
1965. 충북단양
1991. '문학정신' 등단
시집: 물고기에게 배우다. 2002
책이 무거운 이유.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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