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최영효-웃음에관한 고찰, 사랑이 병이라 해도

생게사부르 2016. 8. 31. 01:41

최영효 시조시인


웃음에 관한 고찰

1.
백무동 첫물이 물안개 뚫고 내리며 무연한 참꽃 마주쳐
곁눈으로 훔치다

  헛디딘 발목 끌고 바위에 미끄러지는 소리

2. 처마 낮은 지붕아래 다저녁 내릴 무렵 시집간 첫째딸
이 손자 안고 들어설 때

  앉혀 둔 찰 옥수수가 솥뚜껑 여는 소리

3. 가을 볕 목덜미에 잔광이 빌 붙기 전 콩이야 팥이야 하늘
바라 말리는 시간

  깻단이 성질 못 참고 제 물에 터지는 소리

 

사랑이 병이라 해도

 

 

 

올여름 폭염 아래 사랑이 병이라 해도

우짤라꼬 우짤라꼬 매미는 울어쌓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수잠자리 하늘로 가고

먹구름 소나기 불러 덕천강이 떠내려가도

바람은 발정이 나서 콩밭이나 휘저어 놓고

수캐도 오줌통이 차서 둑방으로 달아난다

질더쿵 잘도 찧는 여치 한 쌍 방앗소리

한여름 가기전에 속살꺼정 터져서

꽃물에 피가 닳도록 노을꺼정 번지도록

한 생이 병이라면 사랑만이 약이라서

그 사랑 독이라도 저 매미 우짜것노

참다가 더는 못 참아 무넘기에 봇물 터진다

 

 

 

시집: ' 논객' 현대시조 100인선, 23. (2016. 8.27)

 

       '무시로 저문 날에는 슬픔에도 기대어 서라'

       ' 노다지라예'

       ' 죽고 못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