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유홍준 시, 시교실

유홍준-우리집에 와서 다 죽었다

생게사부르 2016. 7. 27. 00:46

유홍준


우리집에 와서 다 죽었다


벤자민과 소철과 관음죽
송사리와 금붕어와 올챙이와 개미와 방아깨비와 잠자리
장미와 안개꽃과 튤립과 국화
우리집에 와서 다 죽었다

죽음에 관한 관찰일기를 쓰며
죽음을 신기해 하는 아이는 꼬박꼬박 키가 자랐고
죽음의 처참함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듣는 아내는 화장술이 늘어가는 삼십대가 되었다

바람도 태양도 푸른 박테리아도
희망도 절망도 욕망도 끈질긴 유혹도
우리집에 와서 다 죽었다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별일없냐
별일 없어요

행복이란 이런것
죽음 곁에서
능청스러운 것
죽음을 집 안으로 가득 끌어 들이는 것

어머니도 예수님도
귀머거리 시인도
우리집에 와서 다 죽었다

 

 

     < 喪家에 모인 구두들>


 

*          *          *

 

퇴근길,

솔밭 공원가에 트럭을 세워 두고 화분을 파는 아저씨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 이제 화분 한 두개 쯤은 키워볼까'하는 마음에

'화분을 안 키워 봐서 관리를 잘 못해요.' 미리 실토를 하자

' 그럼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는 꽃을 가져가세요'

 

꽃 피어 한창 예쁜 시기 즐겨 놓고, 6개월 쯤 지나자 흐지부지...

그래서 동물이든 식물이든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무게 때문에 굳이 택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눈길 주지 않았는데...욕심만 앞서서

홀랜드 흥미 검사를 하면...IASE(탐구, 예술, 사회,진취) 순서...맨 끝을 차지하는 CR(관습, 실재)

이 나이되도록 습관적으로 똑 같이 반복해야 하는 일을 왜 그리 잘 못하던지 

.

.

죽었다 생각하고 내다 놨는데

옆지기가 잎이 마른 부분을 잘라내고 계속 붙들고 있더

어느 날 ...싹을 틔우고 꽃이 피었다

 

유홍준 샘 시에서 처럼

우리집에 와서 다 죽은 것은 아니랍니다.

 

더운 날씨에 허리 수술하신  선생님이 빨리 쾌차하시기를

회복하셔도 이제 무거운 나무 들지 마시고

 詩 쓰기보다 나무 깎아 목물(?) 만들어 내는 일이 더 좋으시더라도 

건강부터 생각 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