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유홍준 시, 시교실

유홍준-흉터 속의 새, 복효근-상처에 대하여

생게사부르 2016. 10. 6. 00:56

유홍준


흉터 속의 새


새의 부리만한
흉터가 내 허벅지에 있다 열다섯 살 저녁때
새가 날아와서 갇혔다

꺼내줄까 새야
꺼내줄까 새야

혼자가 되면
나는 흉터를 긁는다
허벅지에 갇힌 새가, 꿈틀거린다

 

 

2004. 喪家에 모인 구두들. <실천문학사>

*    *    *

 

 

열 다섯 살에 다친 허벅지의 아픔은 오래 전에 사라졌지만, 상처는 그것을 아직도 기억한다
이젠 날려 버리고 싶은 그 아픔의 기억에 시인은 '새'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새 이름을 붙여주자
상처는 정말 새가 되어 날고 싶은 듯 날개를 꿈틀거린다. 이제 시인의 몸에는 아픈 기억의 상처대신
새 한마리 들어와 살게된 것이다. 그 새가 없다면 시인은 무척 심심 할것같다 <김기택 시인>



복효근


상처에 대하여


오래 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어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 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괸다
오래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가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