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유홍준 시, 시교실

유홍준 맞장을 뜨다

생게사부르 2016. 10. 26. 18:58

유홍준


맞장을 뜨다



아무도 없는 늦가을 상림 숲을 걷다가
만난다

상수리 나무아래
둥치쯤에
귀를 쫑긋 세우고
앞발을 재게 부비는 저, 눈망울이
동그란 다람쥐 한 마리

아하, 여기서는 저놈과 내가
일대 일이라는 생각

일대 일로 서로를 탐지하고 있다는 생각

조금이라도 윰직이면
긴장 깨질까봐
달아 날까봐
서로가 바짝
긴장을 하고 있다는 생각, 긴장을
주고 받고 있다는 생각
심지어는 맞짱을 뜨고 있다는 생각

아아, 얼마만인가 이런 긴장감은
생명은
덩치로 이길수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

덩치로 제압 할수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 피차일반 마침내 동
급이라는 생각

꼬리가 저절로 빳빳하게 치켜 올라가는
것이라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