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유홍준 시, 시교실

유홍준 안경, 나무의자

생게사부르 2016. 3. 9. 13:53

유홍준 

 

 

안경

 

 

이런,
너는 두 다리를
귀에다 걸치고 있구나 아직
한 번도 어디를 걸어가 본 적이 없는 다리여
그러나 가야 할 곳의 풍경을 다 알아서 지겨운 다리여
그렇구나 눈(目)의 발은
귀에다 걸치는 것
깊고 어두운 네 귓속
귀머거리 벌레 한마리가
발이란 발을 모두 끌어 모으고 웅크리고 있구나
눈에서 귀로 발을 걸치는, 보고 듣는다는 것의 고역이여
얼마나 허우적거렸기에 너는
눈에서 귀로 발을 걸치는 법을 배웠을까
콧등 훌쩍이는 이 터무니 없는 생각들
콧등 아래로 자꾸만 흘러 내리는
이 형편없는 나의

안목(眼目)들


 

나무의자

 

 

 

마당가에 버려진

나무의자

뿌리를 내린다 푸른 이파리가 돋는다

 

서까래 내려앉는 백년이 흐르면

빈집은

꽃 피는 의자들로 가득 차리라

 

엄마의자는 엄마의자를

낳고 아기의자는 아기의자를

빈집 가득 낳으리라 어떤 의자는 지붕위에 올라가 앉으

리라

 

지붕위의 의자는

龍床보다 더 높아 오, 의자 앞에

나는 무릎을 꿇고 한 말씀 내리기를 기다리리라

 

당신이 버리고 간 빈집

의자

용문사 은행나무 뿌리를 내린다

 

 

 

 

 

 

 

 

<다음카페, 유머나라>

 

유홍준 선생님의 감탄할 상상력... 제가 배워야 할 덕목입니다.

상상력이란게 배워지는 것이 아니지만 생각의 관점을 자꾸 따라가다 보면...

대상물과 은유는 좀 알게 될 것 같습니다.

 

안경을 ' 눈의 발' 이라니...

 

평범한 안경이나 의자보다 상상력이 가미된 사물 가져와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