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수환-감자꽃, 뒤를 준다는 것

생게사부르 2016. 7. 21. 18:22

김수환


감자꽃

 

지난 해 그 자리에 감자꽃 피었다
꼬리별 그은 그밤 뚝뚝 떨어졌던 꽃
괜찮다 일은 무슨 일 하얗게 웃는 꽃
어젯밤엔 느 아버지 속옷 가져오라더라
옷장 서랍 여닫는 밤 환했던 사립문 밖
감자꽃 다 떨어지면 당신께 더 가깝겠지
기억은 멈추어도 인생은 늙어서
두둥실 상여 떠난 길가 하얗게도 피었다
어머니 머리 수건처럼 새하얗게 피었다

 

 

 

뒤를 준다는 것

 

 

 

못 이기는 척 슬쩍 등을 내 주는 것은

등으로 누군가를 안고 싶은 사람은

빈 벌판, 배경도 없이 혼자였던 사람이다

 

부끄러운 가슴 대신 등을 내주는 것은

한번 쯤 눈 질끈 감고 뛰어 내리고픈 사람은

이만큼, 이 만큼이면 내려놔도 되는 사람이다

 

이제 더 재보지 않고 뒤를 준다는 것은

차마 견디지 못하고 항복하는 사람은

등의 말, 읽어줄 이가 그리운 사람이다

 

 

*       *       *

 

1963. 경남 함안 출생

2013년 시조시학 등단, 진주서 문학 활동

 

 

함께 공부하는 시 문우 샘 작품입니다

 

'감자꽃'은 작년 전국 아름다운 가사공모전 대상작품이고

'뒤를 준다는 것'은 지하철 스크린 도어 작품으로

지하철 충무로 역 4호선에 게시되어 있답니다

저도 아직 직접 보지는 못했네요.

시조로 등단하신분인데 다른 문우 표현대로하자면

' 숨은 글쟁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