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
감자꽃을 따다
주말농장 밭고랑에 서 있던 형이 감자꽃을 딴다
철문형, 꽃 이뿐데 왜 따우
내 묻는 말에
이놈아 사람이나 감자나 너무 오래 꽃을 피우면
알이 튼실하지 않은 법이여
꽃에 신경쓰느라 알이 굵어지지 않는단 말이다
평소에 사형으로 모시는 형의 말씀을 따라
나도 감자꽃을 딴다
꽃 시절 한창일 나이에 일찍 어미가 된
내 어머니도
눈 질끈 감고 아까운 꽃 다
꺾어냈으리라
조카애가 생기고 나선 누이도
화장품값 옷값을 말없이 줄여 갔으리라
토실토실 잘 익은 딸애를 등에 업고
형이 감자꽃을 딴다
딸이 생기고 나선 그 좋은 담배도 끊고
술도 잘 마시질 않는다는 독종
꽃 핀 마음 뚜우뚝 분지르며
한 소쿠리 알감자 품에 안을 날을 기다린다
시집 , 나무의 수사학 중에서
권태웅
감자꽃
자주 꽃 핀 건 자주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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