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천양희 쓴맛

생게사부르 2016. 7. 18. 00:53

천양희


쓴맛


쑥부쟁이와 구절초 벌개미취가
잘 구별되지 않고
나팔꽃과 매꽃이 잘 구별되지 않습니다.
은사시나무와 자작나무가 잘 구별되지 않고
미모사와 신경초가 잘 구별되지 않습니다
안개와 는개가 잘 구별되지 않고
이슬비와 가랑비가 잘 구별되지 않습니다
왜가리와 두루미가 잘 구별되지 않고
개와 늑대가 잘 구별되지 않습니다
적당히 사는 것과 대충 사는 것이 잘 구별되지 않고
잡념없는 사람과 잡음없는 사람이 잘 구별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
평생을 바라다 본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구별없는 하늘에 물었습니다.
구별되지 않는 것은 쓴 맛의 깊이를 모른다는 것이지

 

빗방울 하나가 내 이마에 대답처럼

떨어졌습니다.